줄타기
줄타기
  • 김경순<수필가>
  • 승인 2017.08.1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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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 김경순

전선 위에 독수리 한 마리가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먹이를 찾는 중일까. 아니면 깊은 상념에 젖어 있는 것일까.

빨간 신호등이 깜박이고 있다. 신호 대기 중에 우연히 마주친 독수리다. 차창 뒤로 멀어지는 독수리는 아직도 그 자세다.

가는 전선은 날짐승들에게는 잠시라도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사방이 뚫려 있으니 포식자에게는 먼데까지 볼 수 있어 먹이를 찾기 쉬울 것이며, 피식자에게는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공간일 것이다.

우리 사람이 사는 곳도 매 한가지이다. 곳곳에 줄이 늘어져 있다.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자칫 말실수라도 하면 오해를 사기도 하고, 눈치 없는 행동으로 인해 미움을 받기도 한다.

수많은 인맥의 그물을 만들면서 가끔은 끊어지기도 하고 더 단단한 줄을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너무 많은 그물맥 탓에 허우적거릴 때도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 체육 시간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운동을 잘하지 못했던 나는 그중에서도 균형감각을 위한 운동이었던 외나무다리 걷기는 무섭고 떨려 두렵기까지 했다. 두 팔을 옆으로 곧게 뻗고 좁은 나무를 걷는 연습이었다. 발을 헛디뎌 떨어지곤 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 중에는 균형 감각이 좋아 외나무 걷기는 아주 쉽게 통과를 하곤 했다. 지금도 높은 곳에 있는 흔들다리를 걸을 때면 곤욕을 겪어야만 한다.

언젠가 민속촌에 갔다가 외줄타기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부채 하나를 들고 가는 줄 위에서 자유자재로 걷고 뛰는 줄광대의 모습은 사람이 아닌 듯 보였다. 얼굴에는 불안하다거나 두렵다는 기색도 없다. 연신 싱긋 싱긋 웃으며 관객들을 홀리고 있었다. 부채는 줄광대의 나비 날개가 되어 살랑살랑 하늘 위를 나는 듯했다. 사람이 새가 되고 나비가 되는 순간이었다. 줄 위의 새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무수히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면서 떨어지는 법도 알았을 것이고 줄을 잘 타는 법도 알았을 것이다. 모든 일은 공으로 얻어지는 법이 없다. 그만한 대가를 치른 후에야 얻어지기에 줄광대의 그 모습이 숭고하게만 느껴졌다.

이 세상은 아슬아슬한 줄로 가득하다. 개인적인 줄, 공적인 줄,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줄을 잡기도 하고 걷기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줄을 잡아야 할지 선택의 순간을 맞곤 한다. 요즘 많은 사람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로 인해 불안하다고들 한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중국, 일본과의 문제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위협은 정치인들이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라 안팎으로 불안한 정세로 인해 국민보다 더 힘든 사람은 시시각각 선택의 순간을 접해야 하는 지도자일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해 미국은 강경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한 미국의 태도가 과연 올바른 대응책인지,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국 국민을 미국은 염두에 두고는 있는지 묻고 싶다.

부디 미국도 우리의 지도자도 신중하고 지혜롭게 썩은 동아줄이 아닌, 튼튼한 동아줄을 잘 선택 해 주길 바랄 뿐이다.

깊은 밤, 창밖에선 풀벌레가 울고, 깜깜한 하늘에선 달님 해님이 된 남매의 동아줄 인양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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