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잊지 말아야 할 것들
100일, 잊지 말아야 할 것들
  • 정규호<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1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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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 정규호

문재인 대통령 취임이 내일(17일)이면 딱 100일을 맞는다.

100일은 전통적으로 신심(愼心)의 기간이니, 삼갈 것은 삼가면서 조심스럽게 건강과 무병장수를 염원하는 마음을 갖는다. 문 앞에 솔가지와 고추, 숯 등을 엮은 삼줄을 치고 행여 나쁜 기운이라도 드리울까 행동거지는 물론 출입조차도 조심한다.

우리는 예로부터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는 날이 되면 무사히 자란 것을 축하하기 위해 100일 잔치를 벌인다. 흰밥과 미역국으로 삼신상을 차려 아기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비로소 일가친척과 이웃을 초청해 태어난 아기를 자랑한다. 민간 일각에서는 특히 100일을 부부가 합궁하여 아기가 처음 만들어진 날이니, 엄마 뱃속 280일과 100일에 배란일 15일을 제하고 정확히 365일, 즉 1년이 되는 날로 기억하기도 한다.

100은 순 우리말로 `온'으로, `온 세상'이거나 `온갖 것'등의 말처럼 비로소 크고 새롭게 시작하는 숫자를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비롯해 수없이 많은 준비와 변화의 중간지대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100일은 말 그대로 숨 가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이제 100일이 지났으니 그나마 밀월도 끝났다며 작심하듯 벼르는 세력이 도처에서 준동할 것이다.

이미 청와대 앞길은 1인 시위 등 각종 해묵거나, 도저히 준법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은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으니, 따져보면 이 역시 `나라를 나라답게'를 제시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변화와 소통의 힘이라는 걸 벌써 잊은 듯하다.

시작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적폐청산은 어쩌면 100일 동안 그 청산의 대상세력들에게 호시탐탐 충분한 탐색전의 시간을 갖게 했고, 이제 그마저도 봐줬으니 하며 반격의 마수를 드러낼 것이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는 말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예측하기에 100일은 차라리 아무것도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비로소 사람다운 대접을 받게 되고, 경호의 어려움에도 스스럼없이 국민과 접촉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으로부터 큰 감동을 받아왔다.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휴전상태인 국가 상황에서의 안보와 전쟁 위협에서도 미국과 중국, 북한의 무모한 대치로 인해 여전히 우리가 주도적으로 평화를 약속하며 보장하기 쉽지 않은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극단의 권력과 부의 편중, 그리고 사용자와 노동자를 불문하고 조금이라도 더 가진 자들에 의해 `기회'조차 봉쇄되어 왔던 그동안의 `불평등'을 보다 더 철저하게 깨달아야 한다.

어쩌다가 세상과 나란히 하기 위한 출발선에 끼었다 해도 무전유죄 유전무죄이거나, 출신 성분에 따라, 또 갑과 을의 관계에 따라 공정하지 못하게 대접받았던 `과정'의 좌절을 결코 잊을 수는 없다.

그리하여 `평등'과 `공정'을 통해 비로소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은 결국 국민 개개인에게, 사람에게 있음을 우리는 이미 촛불을 통해 스스로 알고 있다.

그러니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을 맞아 우리 안의 적폐와 우리 안의 또 다른 파시즘, 우리 안의 또 다른 갑질을 사라지게 하는 새로운 공동체의식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광복절이, 그리고 부끄러운 역사가 기념일이 지나면 슬며시 잊고 지내는 그동안의 무의식 습관에서 벗어나 늘 깨어 있는 국민이어야 한다.

기억을 하지 못하면 반성도 이끌어 낼 수 없고, 반성 없이는 새 세상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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