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와 택시운전사
군함도와 택시운전사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7.08.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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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小品文)
▲ 강대헌

딱 잘라 말하는 거 별로예요. 게다가 비교를 하면서요. 오늘은 어쩔 수 없네요. 서로 대비가 되는 부분들이 있기도 하지만, 캘린더에 표시한 개봉일을 내심 기다리면서 응원했던 영화들이라서요.

미리 부탁드릴게요. 어느 한편의 입장에서 제 말을 너무 심드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달라구요. 그래야만 제가 편하게 들이댈 수 있잖아요.

`군함도(The Battleship Island, 2017)'가 잘 만든 영화를 보는 기분을 주었다면, `택시운전사(A Taxi Driver, 2017)'는 마치 그때의 현장에 있는 느낌을 주었어요.

나라가 망한 시절 타국에 강제로 끌려갔던 사람들이 죽어나가던 어두운 섬을 조망하는 기분과 나라가 혼돈스러운 때 타지로 가던 낡은 택시를 합승한 느낌의 차이 같은 거죠.

두 영화 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인트로(intro)에서 감독들이 하는 말의 접근법도 다르긴 했어요. `군함도'의 류승완은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말했고, `택시운전사'의 장훈은 재구성했다고 말했어요.

표현의 강도는 `영감'이란 말이 `재구성'이란 말보단 더 세게 다가오죠.(아닌가요? 그 말이 그 말인가요?)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말을 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두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줄거리가 있더군요. 엄마 없는 어린 딸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에요. `군함도'의 이강옥(황정민 분)은 소희라는 딸을, `택시운전사'의 김만섭(송강호 분)은 은정이란 딸을 애지중지하는 아빠들이잖아요.

이강옥은 눈앞에 있는 소희에게 “너한테 해 준 게 없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는 끝내 숨을 거두었고, 김만섭은 눈앞에 없는 은정에게 “아빠, 어떻게 해”라고 묻고는 택시를 다시 광주로 돌렸죠.

`군함도'를 보면서는 여러 생각에 마음이 복잡하고 답답해지는 구석이 있었고, `택시운전사'를 보면서는 마음이 짠하고 미안했어요. `군함도'가 “나는 누구처럼 살아갔을까”를 묻게 했다면, `택시운전사'는 “나는 크게 빚진 사람이었구나”를 깨닫게 했어요.

`군함도'를 보면서는 안타까움에 한숨을 몇 번 내쉬었던 기억이 나는데, `택시운전사'를 보면서는 기어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답니다.(송강호가 오열하는 장면이 몇 번 나오는데, 그 중 한 대목에서 함께 울었어요.)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지 않아서 세사의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요. 당신도 함께 우세요. 말리지 않을게요.

영화도 비즈니스이니까 손익분기점을 무시할 순 없잖아요. 미디어 계통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제작비가 220억이 들어간 `군함도'는 700만명, 150억이 들어간 `택시운전사'는 450만명이 상영관을 찾아야 한다는데, 둘 다 적자를 볼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영화예술에 담소화락(談笑和)의 호시절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독립영화를 포함해서 말이죠. 여담처럼 듣고 넘기면 안 된답니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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