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프랭클린 효과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서원초 교감)
  • 승인 2017.08.0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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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서원초 교감)

당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사람과 당신이 호의를 베푼 사람 중 누가 더 좋은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사람들은 자기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보다 자기가 호의를 베푼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심리적 기제를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Benjamin Franklin Effect)'라고 한다.



# 부탁하라 그러면 좋아질 것이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벤저민 프랭클린은 과학자이자 미국의 초대 정치인으로 미화 100달러 지폐의 인물이다. 그에겐 틈만 나면 자신을 험담하는 의원이 있었다. 그와 관계를 개선하고 싶었지만 비굴하게 몸을 굽혀 호감을 사기는 싫었고 화해를 말로 청하거나 선물을 보내봐야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고심 끝에 정적인 그가 귀한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얘길 듣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책을 좀 읽어 보고 며칠 후 돌려줄 테니 빌려 줄 수 없느냐는 내용의 정중한 부탁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받은 정적은 그렇게 어려운 부탁이 아니고 또 정중한 부탁이기에 책을 빌려주었다.

일주일 후 프랭클린은 대단히 감사하다는 글과 함께 책을 돌려주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의사당에서 정적을 만났는데 예전과는 달리 무척 정중한 태도로 말까지 걸어왔다. 그 이후로 그들은 죽을 때까지 각별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고 아래와 같은 명언을 남긴다.

`적이 당신을 돕게 되면, 나중에는 더욱더 당신을 돕고 싶어 하게 된다. (Enemies who do you one favor will want to do more.)'



# 인지적 부조화 이론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는 심리학의 `인지적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심리적 갈등이 생기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행동이나 사고를 변화시킨다)'로 설명이 가능하다.

프랭클린의 정적은 평소 그에 대해 악감정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공손하게 책을 빌려 달라는 작은 호의를 요청하자 책을 빌려주게 된다. 편지 내용이 공손해서 책을 빌려 줬는지, 너무나 작은 부탁이라 책을 빌려 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호의를 베풀고 나서 정적은 갑작스런 심리적 갈등에 휩싸인다. `프랭클린은 나와 앙숙인데, 내가 그에게 책을 빌려 주다니? 내가 왜 그런 호의를 베풀었을까?' 즉, 정적은 심리적으로는 프랭클린을 미워해야 하는데, 행동으로는 프랭클린에게 호의를 베푸는 모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인지적 부조화'가 생긴 것이다. 그는 이러한 부조화를 해결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어 한다. 갈등을 해소하려면 심리적 상태와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해소 방법은 두 가지다. 빌려 준 책을 도로 찾아오거나, 알고 보니 프랭클린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적의 입장에서 보면 빌려 준 책을 도로 찾아오는 것보다 자기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더 쉽다. 그래서 정적은 프랭클린에게 호의적으로 대하기 시작한다. 일단 친구가 되기로 작정하면 더 많은 호의를 베풀고 싶어진다.



# 관성의 법칙

`관성의 법칙'은 움직이는 물건은 계속 움직이려 하고 정지해 있는 물건은 계속 정지해 있다는 법칙으로, 물리학자 뉴턴이 제시한 3가지 운동법칙 중 하나다. 심리적으로 누군가를 도우면 그를 계속 돕게 되고, 누군가를 해치면 그를 계속 해치게 된다.

부탁하라 그러면 사이가 더 좋아질 것이다. 좋아서 베푸는 것이 아니라 베풀면 좋아지는 것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지는 것처럼. 거절당할까 봐, 상처 입을까 봐 망설여진다. 거절당하지 않고 성장할 방법은 없다.

용기를 내어, 껄끄러운 그 사람과 악수하고 싶을 때 건네야 할 말은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저, 부탁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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