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다시 피는 무궁화
광복절에 다시 피는 무궁화
  • 김명철<청주 서경중 교감>
  • 승인 2017.08.0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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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김명철<청주 서경중 교감>

해마다 맞이하는 광복절. 2017년의 광복절은 또 어떤 의미로 맞이할까? 1910년 국권이 상실되던 그해 9월 애국지사 황현 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절명시'가 생각난다.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슬픔에 젖었네(鳥獸哀鳴海嶽嚬)
무궁화꽃 피는 이 강산 깊은 물에 잠겼구나(槿花世界已沈淪)

우리나라의 상징 꽃이 무궁화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애국가에도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 노래하는데, 우리 주변에서 무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특히 미래의 주인공들인 학생들이 생활하는 교정에는 무궁화가 꽃 펴서 나라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음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져야 할 텐데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2015년 4월5일 식목일에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작은 무궁화 동산을 만들어 보았다. 무궁화를 무료로 보급하는 단체에 연락해 5년생 무궁화 묘목 20여 그루를 기증받고, 일신여중에서 15년 정도 된 무궁화 2그루도 기증받아 함께 심었다. 아이들이 땅을 파고 물을 주면서 땀을 흘리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땀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벌써 아름답게 꽃 피운 무궁화가 보였다. 무궁화를 심으며 나는 직업병이 발동해 수업을 시작했다.

“얘들아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무궁화가 많이 자라서 `근역'이라 했단다. 지금으로부터 2300여 년 전에 지어진 `산해경'이란 중국의 책에 군자라고 불리는 좋은 나라가 대인국 북쪽에 있는데, 사람들은 의관을 갖추고 칼을 차며, 두 마리의 큰 호랑이를 옆에 두며 사냥을 좋아하고 다투지 않는다. 무궁화라는 풀이 자라는데 아침에 났다가 저녁에 죽는다. 라는 내용이 나온다.”

내 설명을 열심히 듣는 아이도 있고, 안 듣고 떠드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나의 설명은 계속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군자국은 우리나라를 말하는데, 무궁화꽃은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저녁이 되면 꽃잎이 오므라들면서 떨어지는 특징이 있단다. 이 내용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도 훨씬 전에 무궁화가 많이 자라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라 때 최치원이 효공왕의 명령으로 작성하여 당나라 임금에게 보낸 국서에서 우리나라를 `근화지향'이라 표현했다. 중국의 역사책인 구당서, 신라전에도 `신라가 보낸 국서에 그 나라를 일컬어 근화향이라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근화가 바로 무궁화다. 이러한 기록으로 보아 고대로부터 중국인들은 우리나라를 군자의 품격을 갖춘 나라, 무궁화가 아름답게 피는 나라로 예찬하는 것을 보면 신라시대에 이미 무궁화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사용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은 효과도 없는 수업을 지속할 수 없어 이 정도에서 설명을 멈추고 말았다.

무궁화가 국화로 정해진 것은 국권강탈을 전후해 일본의 상징인 벚꽃에 대항하기 위한 민족의 상징화로써 선택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무궁화'라는 이름과 그 생태적 특성이 우리 민족의 불멸을 시사해 줌으로써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면화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무궁화를 바라보고 있으면 “삼천리 무궁화 땅에 왜놈이 웬말이냐”라고 부르짖으며 조국광복을 애타게 기원했던 김좌진 장군의 호통소리가 들린다.

우리나라의 지도 위에 8도를 상징하는 여덟 송이의 무궁화를 수놓으며 광복의 그날까지 민족정신을 심어 나갔던 이 땅의 어머니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3년 전 아이들과 함께 만든 교정의 무궁화동산에 무궁화가 만발하다. 새벽을 깨우며 끊임없이 피워낸 꽃잎들이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에서도 화려한 몸짓을 펼치고 있다.

저녁이면 꽃잎은 단정하게 오므려서 떨어지는 무궁화를 바라보며 민족의 정신과 나라 사랑의 마음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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