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교육정책, 학생이 마루타인가
고무줄 교육정책, 학생이 마루타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8.08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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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눈뜨면 사라지는 것이 무엇일까?

학부모들 사이에 오가는 얘기로는 교육정책이라고 한다.

현재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사회생활을 하는 기성인들도 늘상 바뀌는 교육정책에 자신들을 마루타 세대라고 부른다.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부 장관이 교체돼도 교육정책은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오린지'다.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다며 몰아붙인 영어몰입교육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린지 사건'이 터졌다.

당시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한 공청회에 참석해“미국에 가서 오렌지를 달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어서 오린지라고 하니 알아듣더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오린지 사건을 아직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이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부터 머리카락이 희끗한 어르신까지 `오렌지'가 아니라`오린지'라며 혀를 굴리던 모습을 연출했다.

한국말은 못해도 영어는 잘해야 한다는 교육정책을 추진했던 게 불과 10년 전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무줄 교육정책의 단골메뉴다. 어느 해에는 수험생이 진로에 따라 필요 이상의 시험 준비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수준별 수능을 도입하더니 해가 바뀌니 폐지하고 국사과목을 필수로 포함시켰다. 시·도교육청이라고 예외일까. 학생들에게 수면권을 주겠다며 0교시를 폐지하고, 등교시간을 9시로 늦추는가 하면 고교 배정 방식을 변경한 지 1년 만에 또다시 손바닥 뒤집듯 변경했다.

요즘은 초등교사 선발을 두고 시끄럽다.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이 발표한 2018학년도 초등교사 선발인원이 올해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감축돼 책상에 앉아 임용고사를 준비해야 할 학생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연일 집회에 나서고 있다. 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한 임용대기자가 3500여명에 이르는 데도 선발인원을 조정하지 못해 임용절벽을 만들어놓고 이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정원을 결정하지만 실제 선발인원은 각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만큼 최종 책임은 교육청에 있다고 떠미는 반면 시도교육청은 교육부가 정원을 정하면 퇴직예정자, 복직자, 임용대기자 등을 고려해 선발 인원을 결정한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더 이상한 일은 초등학교 선발 인원을 사전예고 한지 일주일도 안돼 성난 교대생들을 달래겠다며 서울시교육청이 애초 발표한 인원보다 두 배 많은 인원을 추가 선발하겠다고 발표한 점이다.

교육부도, 시도교육청도 작은 조직이 아니다. 그런데도 필요 인원이 몇 명인지, 미발령자가 몇 명인지 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국민이 보기에도 혀를 찰 일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새 정부는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교육공약이었던`1수업 2교사제'의 도입 명분을 삼으려 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잘한 일에는 서로가 내탓으로 몰아가면서 잘못된 일에는 책임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 법이다. 오는 10일 발표되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에 얼마나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한숨이 터져 나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김상곤 부총리는 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줄이겠다며 수능 전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시행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책임을 질지 궁금하다. 휴가를 가려 해도 1년은 고민한다. 하물며 학생들의 미래가 좌우되는 교육정책을 펴는 데 고민하지 않는 교육 당국이 언제까지 애먼 학생들만 피해자로 만들 것인지 반성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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