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 특별한 날의 초대
일상생활 - 특별한 날의 초대
  • 안승현<청주공예비엔날레 팀장>
  • 승인 2017.08.08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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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 안승현

마로니에 나무에 매미가 달라붙어 연신 울어댄다. 도시 매미라 그런지 소리가 강렬하면서도 찰지다.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 탓인지 매미 소리는 시골에서 듣는 매미 소리와 같지 않다. 어쩌면 도시의 소음 속에서 생존번식을 위한 연을 잇고자 더 크게 울어대는 건 아닌지? 길고도 강렬한 울음소리가 현재 온도를 알려주는 듯하다.

오늘은 그나마 구름이 낀 덕분에 어제 온도보다 높지 않은데, 앞에 `36'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의 견디기 어려운 온도인가 싶었는데 공예비엔날레의 D데이 보드판의 숫자였다.

`36'사람의 체온에 가까운 숫자다. 이제 막 오르기 시작한 감성온도쯤으로 생각할까?

아니 이 `36'은 비엔날레 개막을 앞둔 숫자이다.

36일 후면 매미가 달라붙어 울던 마로니에 나무의 열매는 여물어 땅에 떨어뜨려 지고, 하늘의 구름은 열매를 품은 송이만큼 뭉게뭉게 피어 높다란 하늘을 펼쳐보이겠지. 매번 치르는 행사인데 이 시점에선 만감이 교차한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하나라도 더 대접하려고 이것저것 정성을 다했던 시절이 언제인가 싶기도 하고, 이젠 많은 것을 내려놓고 그저 아무 탈 없이 개장하기만을 바라기도 하고, 아니 앞으로 `공예의 가치가 답인데 어떻게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하며 마음을 다잡아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의 덩어리들이 뭉게뭉게 자리한다.

세계는 지진해일처럼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디지털 기기와 인간의 융합, 모든 시스템의 전환속에서 향후 미래 삶의 방향을 고민한다. 그러면서도 회자하는 소리는 감성과 인간본질회복이란 단어이다. 어쩌면 인간이 자연과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며 가시화되는 편향된 현대 도시의 삶 속에서 문제의식의 표출이 아닐까?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난 그 방향성에 늘 공예의 가치와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문제는 어떻게 표현하느냐다. 다양한 것들의 융합에서 새로운 창조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인간 본질성을 회복하고 급변화 속에서 유연한 사고와 대처,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내재하고 있는 공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은 게 내가 이 직업을 택한 이유가 되었다.

이제 30여 일 앞이면 10회를 맞는 공예비엔날레가 막을 연다. 그간의 비엔날레를 축제라고 했던, 비엔날레라고 이야기했던, 여러분 앞에 새로운 장이 펼쳐진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그 가치와 가능성이 어떻게 표현되고 보일지에 따라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인간은 삶의 영역에서 시대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한다. 공감의 매개체로서 다양한 요소들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창조적 생산을 꾀하는 분야가 공예다.

청주공예비엔날레를 통해 환경과 자연에 순응하는 공예의 가치를 많은 분과 이야기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삶에 특별한 날이 될 비엔날레에서 많은 분을 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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