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탄생 100주년에 부쳐
윤동주 탄생 100주년에 부쳐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8.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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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금년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 저미는, 시인이든 아니든 한국인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1917년 12월 30일 중국 땅 연변의 작은 마을 명동촌에서 태어났으니 탄생 100주년이요, 1945년 2월 16일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8세 꽃다운 나이에 별똥별처럼 스러졌으니 순국 72주년이 되는 해이다.

분명 자랑스럽기 그지없는 대한(조선)의 아들이지만 중국에서 태어났고 일본으로 유학 가 그곳에서 어처구니없는 죽임을 당했기에 적어도 3개국(한국ㆍ중국ㆍ일본)에서는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글로벌 시인이 바로 윤동주다.

하여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크고 작은 행사가 한국·중국·일본 등에서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항일정신을 고취시킨 불멸의 민족시인으로, 중국에서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출신의 중국 시인으로, 일본에서는 자국으로 유학을 와 요절한 시인으로 각기 자신들의 의도와 방식대로 그의 생애와 문학혼을 재조명하는 것이다.

이에 충청북도시인협회(회장 심억수) 회원 28명이 지난 7월 26일부터 7월 31일까지 5박6일 동안 연변 일대를 답사하며 윤동주 시인의 문학혼과 조국의 소중함을 뼈에 새기고 왔다.

연변한인문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시와 먹빛'시서전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윤동주 시인의 영면과 부활을 축원하는 살풀이춤과 가곡 선구자 열창은 윤동주 시인의 고혼을 달래고 풍찬노숙한 독립운동가들의 유지를 받들고자 하는 후대들의 몸짓으로 아로새겨졌다.

회원 모두가 명동마을에 들러 윤동주 생가를 둘러보고 그의 유택에 찾아가 성묘도 했고, 그가 다녔다는 소학교와 일송정이 있는 비암산에 오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인들의 생활상과 연변개척사를 집대성한 연변박물관에 들러 선조의 불굴 정신력과 질긴 생명력에 감탄과 탄식을 주고받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날로 중국화 되어가는 조선족들의 생활상과 한족들의 세상이 되어가는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어두운 미래상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또한 장백산으로 기능하고 있는 백두산과 중국인으로 기능하고 있는 조선족 앞에 속 울음을 울어야 했다. 각설하고 윤동주 시인은 중국에서 나고 일본에서 공부했지만 시만은 오롯이 한글로 쓴 애국지사였다.

그렇게 주옥같은 시를 빚으면서도 조국광복을 위해 몸을 던지지 못하고 편하게 시나 쓰는 자신의 처지를 몹시 부끄러워했다.

그가 일본에서 쓴 `쉽게 쓰여진 시'에 그의 이런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친구들이 징용으로 끌려가거나, 농사일을 하거나, 독립군이 되어 일제와 싸우고 있는데 부모가 보내준 돈으로 늙은 교수에게 강의나 듣는 금수저의 양심고백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대표작인 서시, 별 헤는 밤, 십자가, 자화상 등은 겉은 유약한 서정시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내면엔 시대비판과 민족정신을 고취시키는 무서운 힘이 담겨져 있다. 부드럽고 유약해 보이지만 결코 범접할 수 없는 묘한 에너지가 분출되곤 했다.

그랬다. 많은 후학이 그의 시에 위안을 받고 용기를 얻었으니까.

그러나 작금의 우리 모두는 부끄럽기 그지없다. 아직도 하나 되지 못한 나라가 부끄럽고,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이전투구를 벌이는 정치인들이 부끄럽고, 갑질하는 금수저와 갑질 당하는 흑수저들이 부끄럽고, 시를 씁네 하며 위선하며 사는 필자도 부끄럽기는 매한가지다.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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