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치맛바람이 더 문제
군대 내 치맛바람이 더 문제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8.07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거슬리는 게 넘쳐나지만 새로 폭로된 노량진수산시장 얘기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경기도 이천에서 서울 노량진수산시장까지의 거리는 약 100km. 승용차로 1시간 30분이 걸린다. 이 왕복 3시간 거리를 관리관은 부리나케 달려야 했다.

박찬주 대장 부부가 먹을 신선한 횟감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2013년 즈음 박찬주 대장이 경기도 이천에 사령부가 있던 제7군단장 시절에 복무했던 공관병들이 폭로한 얘기 중 일부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당시 7군단의 장병복지시설에 몇몇 식당이 있었는데 횟집은 없었다. 그러나 박 대장이 회를 요구해 관리관이 하는 수 없이 노량진수산시장을 다녀왔다는 설명이다.

공관에 근무했던 경계병들에게 농사를 짓게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공관 근처에 230㎡의 텃밭에 먹을거리를 재배하기 위해 농작물을 심었는데 새벽 5시에 경계병들이 일어나 농작물을 수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대장의 부인은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무른 토마토를 보는 앞에서 집어던지거나 마시던 물을 병사의 얼굴에 뿌렸다고 한다.

호출용 전자팔찌의 운용 방식도 밝혀졌다. 호출 벨이 한 번 울리면 조리병, 두 번 울리면 운전병을 부르는 신호였다. 부인의 방에서 벌레가 나왔을 때도 호출기를 눌러 병사가 황급히 출동하기도 했다.

공관에 10대의 냉장고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식탐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먹을거리가 차고 넘쳤으니 토마토가 썩을 수밖에...

사태가 불거지자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공관병 실태에 대한) 이번 전수조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일 뿐”이라며 “일부 문제가 된 인사를 징계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군대 갑질문화를 이번 기회에 뿌리뽑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대통령은 “나라를 지키러 간 우리 청년들이 농사병, 과외병, 테니스병, 골프병 등 모욕적인 명칭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군은 물론 우리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잘못된 적폐를 없애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은 해외 공관을 포함해서 공관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부처에 대한 점검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주재한 이날 회의가 우리 공직사회 전반에 걸친 `갑질문화'가 사라지게 되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대장 부인의 갑질이 포털 뉴스 판을 도배하고 있는 가운데 그냥 지나쳐선 안 될 흥미로운(?) 주장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바로 군 지휘관 부인들의 얘기다. 한 누리꾼은 “군대에서 없어져야 할 가장 큰 적폐는 `남편 계급 따라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지휘관 부인들의 서열'과 그 부인들의 치맛바람”이라고 지적했다. 남편이 대장이면 부인도 대장, 소장이면 부인도 소장, 대령이면 부인도 대령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별을 달려면 부인의 내조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서 장교들의 부인은 늘 남편 상관의 부인을 제 상관처럼 떠받들어야 한다. 군을 개혁하려면 장교 부인들의 모임을 없애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