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
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
  • 정선옥<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7.08.0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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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지난 일요일, 먼 곳으로 여행 다녀온 아이를 마중하러 터미널로 향했다. 막 도착했는데 차가 막혀 30분 정도 늦어진다는 전화가 왔다. 잠시 고민하다 인근 서점에 갔다. 서점은 마치 카페처럼 쾌적하고 산뜻하다.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아 책을 읽으니 마음이 뽀송뽀송해진다.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솜털처럼 가벼운 에세이를 읽는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익숙한 저자나 현재 이슈가 되는 책이지만 가끔은 고운 표지와 제목에 시선이 머문다.

도서 `어쩌다보니 50살이네요(히로세 유코 저·인디고)'는 제목과 표지 사진이 눈길을 끈다. 빨간 매니큐어에 은 발찌, 세련된 샌들을 신은 여성의 고운 발이 경쾌하다. 이십 대처럼 매끈한 발은 아니지만 한껏 멋을 부린 50세의 저자 모습을 상상하고 내 모습을 그려본다.

며칠 전 삼십 년 지기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쇼핑하면서 발찌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 포기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글은 저자가 50이라는 나이를 받아들이고 몸과 마음을 가꾸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짧고 단순하지만 읽다가 자주 호흡을 멈춘다.

“책을 읽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책 속에는 그때그때의 내게 필요한 것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필요한 한 문장을 발견했을 때, 흩어져 있던 점과 점이 이어지듯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듯 무언가와 무언가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읽은 공지영의 단편 소설`월춘장구'가 떠오른다. 봄 길을 걸어가는 데 필요한 장비를 인용하면 오십을 걸어가는 데 필요한 장비는 뭘까? 나는 품위, 읽기, 웃기, 기도하기 정도 되겠다.

50은 건강을 우선해야 할 나이다. 저자는 `음식, 수면, 걷기, 호흡, 신뢰'의 다섯 가지 몸 관리법도 강조한다. 제철 음식을 먹고 과식하지 않기. 오후 10시에 잠드는 것은 힘드니 가급적 밤 12시 전에 잠들기. 되도록 많이 걷기.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기. 자신의 몸을 믿고 몸을 구박하는 말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기.

나이 듦은 세상에서 더 이상 주인공은 아니지만 연륜으로 충분히 헤쳐나갈 지혜가 생기며 나만의 빛깔을 갖게 된다. 무모한 도전보다는 이룰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여유가 생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경험을 통해 풍요로워지는 자기 자신이라고 느낍니다. 내가 생각하는 풍요로움은 온화함과 관용,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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