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만큼 흔한 마음의 병 ‘우울증’
감기만큼 흔한 마음의 병 ‘우울증’
  • 정진명<건강관리협회 충북·세종지부 가정의학전문의>
  • 승인 2017.08.07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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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만큼 흔한 마음의 병 '우울증'
▲ 정진명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외래어가 ‘스트레스’라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이처럼 스트레스와 우울은 누구나 경험할 만큼 흔하고 당연한 것이다. 우울감 자체는 정상반응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울한 감정이 나, 주변, 미래를 보는 모든 생각을 지배하게 돼 마치 선글라스를 쓴 것처럼 어둡게만 보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태에 지속적으로 빠져든다면 정상적 우울감과 구분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우울증’이라 부른다. 우울증은 지속적인 우울한 기분, 의욕과 흥미의 저하, 불면증 등의 수면 장애와 식욕의 저하, 무가치감과 부정적 사고, 지나친 죄책감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과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감기에 걸리듯, 암에 걸리듯, 우울증도 ‘걸리는’ 뇌질환이다. 그렇다면 우울증은 왜, 어떤 사람들이 걸리는 것일까?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생물학적으로 뇌의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특히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의 저하는 우울증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신체적 질환이나 약물에 의해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암·내분비계 질환·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우울증은 원인을 치료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우울증 평가 시 꼭 감별해야 한다.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별·외로움·실직·경제적인 문제·이성문제·직장 내 갈등과 같은 스트레스나 환경적 요인 또한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내가 못나서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에 걸려서 능력 발휘가 안되고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울한 기분에서 시작되는 마음의 감기는 이렇게 독감이 돼 간다.

우리의 뇌도 몸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기관리법 중 가장 근거가 확실한 방법은 운동이다. 지속적인 운동요법이 항우울제 수준으로 효과적이라는 보고도 있다. 근육이완, 요가도 도움이 되고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는 광치료도 도움이 된다. 이때 2500룩스 이상의 특수전등을 최소 2주 이상 사용하는 방법이 권장된다. 독서치료와 아로마요법 등도 도움이 되지만 힘들 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지 이러한 사회적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자기관리법은 우울증의 예방이나 경증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에서는 반드시 치료와 함께 진행돼야 한다.

한국사회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마음의 문제에 대한 대처는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개인 내면의 우울과 사회적 우울에 귀를 기울이고 고통 받는 개인이 언제든 정신건강의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문화에서 비로소 탈우울의 희망이 시작될 것이다.

우울증 치료를 종결하는 날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우울증이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우울증을 통해 얻은 것이 있나요?” 단 한명의 예외 없이 모든 환자들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새로운 나를 찾은 기분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게 있는지 몰랐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몸의 상처는 때로 흉터를 남기지만 마음의 상처는 성장이라는 보상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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