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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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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함 그리고 실망스러움
김 주 환 <논설위원·극동정보대 교수>

기존의 관행 혹은 질서를 벗어날 때 사람들은 신선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 내용 혹은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실망스러움은 배가된다. 지난 23일 있었던 대통령의 TV연설이 바로 그렇다. 밤늦은 시각에 시작된 것도 처음 보는 모습이거니와 "(시간이 없어서) 이건 넘어가죠" 등 구어체를 연발하는 모습 또한 신선한 형식이었다. 그러나 실망스럽다.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개인의 발언이라기보다는 집권세력의 통치철학과 정책방향을 담고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국민은 향후 국가의 진로를 가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번 있었던 연설은 이와 같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측면이 많다.

형식의 파괴는 신선함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최고 국정지도자의 정제되지 않은 개인적 발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과거 국정 4년에 대한 회고는 변명처럼 들린다.

그러나 여기서 대통령의 발언을 조목 조목 비판할 마음은 없다.

다만, 왜 현 정부의 국민적 지지가 그렇게 낮은지, 그리고 집권당은 왜 여당임을 스스로 포기하려는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하고자 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으나, 그 중 과욕도 분명히 하나임에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국가와 독재국가를 구분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있다. 민주국가는 과정과 결과에 모두 책임을 묻지만, 독재국가는 자유롭다.

전자는 과정과 결과 모두 법률과 선거 등을 통해 혹독한 책임을 묻는다. 현 정부의 불행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민주정부가 이들 모두에 실패 혹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개인적으로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국정과제에 대해서는 동의하는것이 많다. 지방분권화, 균형발전, 양극화 해소, 평화와 번영, 그리고 정부혁신 등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들 중 실패한 것은 있어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없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심리적 박탈감을 안겨주었다.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또한, 행정복합도시 그리고 혁신도시 중 현 정권 내에 지방으로 이전되는 공공기관은 하나도 없다.

이들 선정과정은 과연 얼마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과정의 정당성이라는 것은 다수결 원리에 의한 결정보다는 반대 세력을 얼마나 포용하였는가의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야당과 언론 등의 책임을 탓하는 것은 무책임한 논리이다. 이들이 정부를 이해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관제야당과 어용언론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그들을 끌어안고 가야할 책임은 집권세력, 그 중에서도 최고 국정지도자에 있다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과욕이 앞서기 때문이다. 결과를 통해 평가받겠다는 생각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게 하는 것이다. 임기 내에 끝마칠 수 없는 정책들을 국민적 합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것 역시 욕심이 앞서는 행동이다.

그리고 정부가 하고자 하는 정책과제들이 너무 많다. 임기 5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다양한 정책과제들을 백화점식으로 늘어놓고만 있다.

바로 이와 같은 과욕이 국민들로 하여금 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낮게 하는 것이다.

이제 현 정부의 임기도 1년 남짓 남았다. 올해는 새로운 국정과제를 제시하기보다는 기존 정책들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도록 노력하는 그런 자세를 국민들은 더욱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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