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박힌 재해시스템 이번엔 손봐야
틀에 박힌 재해시스템 이번엔 손봐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7.08.0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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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사상 유례없는 기습 폭우로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충북이 복구에 온 힘을 쏟고 있다. 1시간에 98㎜의 기록적인 물 폭탄이 쏟아져 재산과 인명 피해가 컸다. 22년 만에 겪는 최악의 수해로 기록됐다.

지난달 16일 오전 290.2㎜의 폭우가 청주 등 도내 중부권에 쏟아지면서 주택 1만3579가구가 침수됐고 차량 1467대가 물에 잠겼다. 농경지 3531㏊가 침수되면서 농민들은 주저앉아 버렸다.

이를 기준으로 NDMS를 통해 분석한 복구액은 공공시설 999억3000만원, 사유시설 138억2000만원 등 총 1137억5000만원이다. 여기에 개선복구비 1319억8000만원을 더하면 총 복구비 규모는 2457억3000만원으로 늘어난다.

공공시설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사유재산의 피해가 컸다. 접수된 피해액이 5개 시군에서 546억원에 달하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어 이재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침수 또는 파손된 1500여 가구의 피해 지원금도 턱없이 부족하다. 청주시는 부랴부랴 관련 조례를 제·개정해 피해 주민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충북도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피해 보상이 어려운 사유시설 보상을 위한 법 개정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침수 공동주택 거주자 이재민 지정과 공동시설 피해 지원, 생계형 건설기계와 화물차 침수 피해 보상, 재해 보험 미가입 농작물 보상제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전국에서 피해복구 동참한 자원봉사자 수가 7만3158명을 넘어섰고 각종 중장비도 6894여대가 넘게 동원되면서 복구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수해 복구에 큰 힘이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상이변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친 날씨'라고까지 할 정도로 가뭄과 폭우가 초여름부터 전국을 강타했다.

이번 폭우의 특징은 국지성 호우라는 점이다. 지역별로 극과 극을 오가는 예측불허의 날씨가 일상화되는 조짐에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초만 해도 곳곳이 가뭄으로 애를 태웠다. 이번엔 기록적인 폭우로 지난달 중순 충청권이 물바다가 됐다. 청주는 기록적인 폭우로 초토화됐다.

한쪽선 비가 쏟아붓는데 다른 쪽에선 폭염으로 애를 태웠다. 경주는 지난 6월 13일 낮 기온이 무려 40도에 육박해 75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사병, 열탈진 같은 질환이 급증하고 고령자가 많은 농촌에선 쉼터로 대피해야 할 정도로 더웠다. 도시민은 견디다 못해 집을 나와 카페나 도서관, 쇼핑센터 같은 시원한 곳을 전전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변화무쌍한 날씨의 빈도는 더 높아지고 강도는 점차 세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거의 자연재해 패턴과 통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일상에서 겪는 이례적인 날씨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지역편차가 크고 예측할 수 없는 기후의 불확실성이 우리의 삶과 국가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날씨로 인한 자연재해가 불가피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재해대책도 사후복구도 복구지만 사전에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기존의 재해대책으로는 기상이변을 막아낼 수 없다. 틀에 박힌 것은 없는지 이번에 확실히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재난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번 폭우가 준 교훈을 결코 가벼이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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