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조사, 이제 다섯 살
지적재조사, 이제 다섯 살
  • 김수연<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 승인 2017.08.03 20: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 김수연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 직전 6개월간 지적재조사에 관한 청주시 조례를 만들면서 생각이 `이렇게 혁명적인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토지소유자들의 저항을 어떻게 다 감당할 수 있을까'였다.

일제 강점기 때 토지수탈 목적으로 작성된 지적공부를 100년이 지난 지금 인공위성으로 쏘아 빛으로 받아서 좌표가 나오면 그것으로 새로 지적공부를 등록하는 사업인데 이 얼마나 혁명적인 사업인가?

혁명적인 사업이긴 하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현장에서는 이런저런 민원에 한계를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2014년에 신대지구와 율량지구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공북지구와 송절지구에서 추진 중인데 송절지구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지적재조사사업을 시행한다고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동안 측량이 안 돼 골치 아팠던 것이 해결될 줄 알고 좋아했다. 그러나 막상 사업이 진행되자 곳곳에서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땅 소유자가 자고 일어나면 맘이 바뀌어 “위쪽으로 경계를 좀 더 올려야겠어.”라며 어제 서명한 경계결정협의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한다거나 “옆집 경계가 수십 년간 우리 집으로 넘어와서 이번에 해결해 주려고 양보했는데 요 며칠 옆집 하는 거 보니까 괘씸해서 안 되겠으니 원래대로 돌려줘.”라는 요구들은 애교가 되어버렸다.

자기 땅 면적이 조금이라도 줄어서는 안 되고 땅도 좋은 모양으로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절대 용납하지 않는 소유자들이 대다수다.

땅 소유자들은 수년째 측량이 안 되는 고질적인 민원이 있는 지역인 것을 알면서도 오로지 자기 땅만 사수하기 위해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안 그래도 천정부지로 오른 땅 값 때문에 예전의 인심 좋던 동네 분위기가 변해 민심마저 흉흉해졌다.

어떤 경우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땅과 경계의 땅 주인이 사촌형인데도 땅의 경계문제를 놓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동기간이 무색할 정도였다.

심지어 구청의 관련 부서 사무실에서도 땅 문제로 동기간에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상황이 심각해 지기도 한다. 양쪽에서 따로 담당직원에게 전화상으로 본인들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을 설득시켜 달라고 한다. 담당직원이 이해당사자에게 전화상으로 수차례 설득해보지만 욕으로 되돌아온다.

지적업무 중 가장 힘든 것이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다. 지적공무원들은 밤새 잠 못 이루면서 민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공무원 생활 수십년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왜 없을까 마는 그래도 피하고 싶고, 숨고 싶다.

특별법은 만들었는데 강제 규정이 없다 보니 이런 경우 계속 기다릴 수도 없고 협상은 안 되고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새 정부에서는 지적직 공무원들이 겪는 이런 고통과 괴로움들이 해소되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민원인 2017-08-08 09:33:11
지적재조사업무 담당자들의 맘이 딱~이마음 아닐까 싶네요..
가끔은 걱정에 잠이 안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