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꺼져가는 야학 등불
자금난에 꺼져가는 야학 등불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7.08.02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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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푸른학교 9일 검정고시 앞두고 막바지 수업

통합청주시 출범 후 지원 중단에 3년째 자금난

교육부 문해교실지원기준 30명에 못미처 배제

시 관계자 “교육부 기준 부합 … 실태조사하겠다”
청주시 서원구 수곡동 옛 법원 앞 충북새마을회관 3층에 위치한 늘푸른학교(야간학교)는 매일 오후 6시 30분부터 9시 20분까지 한글을 깨우치기 위한 20명 안팎의 노인들의 학구열로 후끈 달아오른다. 학생들은 대부분 유년시절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60대 전후의 베이비부머세대로 오는 9일 치러지는 검정고시를 앞두고 막바지 수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구열과는 달리 늘푸른학교 홍선희 교장(여·26)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지난 2015년 청주시의 지원금이 끊긴 후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야학운영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비단 늘푸른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청주시내 4개 야학 중 3곳이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 청주시 지원중단에 3년째 자금난 허덕

늘푸른학교(1989년 설립), 성암, 무궁화 등 3개 야학은 매년 수백만원씩 나오던 청주시 지원금이 2015년부터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야학은 매년 충북도, 충북교육청, 청주시 등 3곳에서 수백만원씩 지원을 받아 야학을 운영해왔지만 통합청주시 출범 후 시의 지원금이 끊겼다.

늘푸른학교의 경우 2014년 시의 현장점검 당시 수업을 받던 학생 수가 교육부의 문해교실지원 기준인 30명에 한참 못 미치는 한 자리 숫자에 불과해 지원대상에서 배제됐다. 지원금을 못 받는 상황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성암과 무궁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늘푸른학교는 한 달치 월세(55만원)를 내지 못한데다 무더운 날씨에도 선풍기 수준의 기능밖에 하지 못하는 언제 구입했는지도 모르는 오래된 에어컨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헤쳐나가고 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두 달치 월세가 밀렸었지만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이곳을 거쳐 간 선배 교사들의 지원으로 한 달치 월세는 갚았다.

홍선희 교장은 “대학생들이 많은 야학 교사들의 특성상 졸업이나 취업 등으로 가끔 일시에 다수의 교사가 교체되는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인수인계 등에 문제가 발생할 때가 있는데 청주시의 점검 당시가 그랬다”며 “지금은 교사 수급과 학생 등록문제가 정상화됐는데도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야학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늘푸른학교 등 3곳의 야학은 충북도의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금 460만원과 충북교육청의 성인문해(文解)교육 지원사업 지원금 350만원 등 연간 810만원의 지원금과 교사들이 십시일반 보탠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성인문해교실은 교육부 공모사업으로 국비와 시비를 매칭해 지원하고 있다”며 “늘푸른학교가 교육부 지원기준에 부합할 정도로 정상화됐다면 하반기 중으로 실태조사를 나가보겠다”고 해명했다.



#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있다면 야학문 닫을 순 없어”

늘푸른학교 교사는 현재 대학생 15명과 직장인 현직교사, 공무원 등 25명 가량으로 구성됐다.

오로지 한글을 배우지 못한 이들에게 자신이 배운 것을 나누겠다는 생각 하나로 모인 이들은 매달 자신의 형편에 맞춰 2000원~2만원의 후원금을 내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자금난으로 교재 한 권씩을 구입한 후 복사해 학생들에게 교재로 제공하는 어려운 형편에도 교사들은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야학 문을 닫을 순 없다”고 말한다.

/석재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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