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좌불안석(坐不安席)
장마철 좌불안석(坐不安席)
  • 연철흠<충북도의회 의원>
  • 승인 2017.08.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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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연철흠

청주지역에 22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피해상황 집계를 보면 이번 폭우로 발생한 이재민이 무려 2100명에 달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필자가 속한 충청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떠나 주민들의 지탄을 받게 되었다.

필자는 소속 의원들에게 여름보다는 가을 일정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동료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해외연수를 포기했다.

물난리 속 주민 고통을 뒤로 하고 해외연수를 떠난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을 질책하는 여론에 의회사무처 업무가 마비되었고 일부 의원들이 조기 귀국하고 나머지 의원들도 일정을 마치지 못한 채 귀국했지만 의원 중 한 명이 국민을 설치류인 레밍으로 비하한 사실이 알려져 전국적인 비난을 사게 되었다.

해외연수에 불참한 본인에게는 확인도 없이 수해복구를 위해 해외연수를 포기한 자랑스러운 의원이라며 `선(善)'으로 부각시키고 해외연수를 떠난 의원을 `악(惡)'으로 몰아가는 언론도 있었다.

여행 계획 단계에서부터 미리 해외연수 불참을 표시했음에도 확인도 하지 않고 칭찬하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좌불안석'이라는 말이 와 닿았다.

필자가 속해 있는 행정문화위원회 의원들도 평범한 사람들이다. 필자는 소수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예산심의나 사안마다 부딪칠 때면 동료 의원들과 고성도 오가지만 인간적으로는 본받을 점도 많은 의원들이다.

바쁜 지역 일정이 있음에도 의회 행사나 토론회 요청에 기꺼이 응하는 의원, 낮은 자세로 항상 웃으면서 의회 직원들이나 공무원을 배려하는 의원 등 인간적인 면에서나 의정활동에 있어서도 배울 점이 많은 의원들이었다. 언론에서 말하는 `절대 악'은 결코 아니다.

필자는 이번 해외연수로 인해 지방자치나 지방의회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생겨나는 점이 가슴 아프다.

지난 7월 11일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민관협력방안'을 주제로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개인의 의지로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듯, 주민의 의지로 마을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마을공동체 정신이다. 이러한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나 지방의회의 관심과 제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폭우 중 해외연수로 지방분권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보다는 주민 소환제나 해외연수제도 전면 개선 등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의원의 해외연수제도가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의원이면 누구든 외유성 논란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이번 일로 비판받아야 할 것은 비판받아야겠지만 언론도 의원 개인의 모든 것을 `악'으로 규정하고, 지방분권 무용론까지 나오는 불신을 조장하도록 하는 자극적인 내용의 보도를 자제하였으면 한다.

이번 사태에는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으며, 무조건적인 비판 행태는 수해복구 후 지역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수해보다도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비판은 냉철하게 하되 미래를 위한 꼼꼼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도 온정의 손길을 모아 수해를 복구하듯이 앞으로 제도 개선과 지방분권 실현으로 성숙한 충청북도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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