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의 수상음악으로 더위 한방에 싹
헨델의 수상음악으로 더위 한방에 싹
  • 이현호<청주 서촌초 교감>
  • 승인 2017.08.02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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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 이현호

요즘 같이 푹푹 찌는 한여름의 도심 속에서 가장 생각나는 것은 무더위를 잊혀줄 시원한 물과 바람을 찾아 떠나는 음악 여행일겁니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화려한 유람선에서 향이 풍부한 와인과 경쾌한 음악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우리의 옛 선조들의 남긴 그림만 감상하더라도 경치 좋은 강에서 뱃놀이와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17~18세기 당시 유럽 귀족들도 뱃놀이를 즐겼습니다.

필자는 뱃놀이 음악하면 영국 템즈 강에서의 뱃놀이 음악으로 유명한 곡으로서 영국의 작곡가 헨델(G. F. Handel 1685~1759)의 수상음악(Water Music)이 떠오릅니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바로크 시대의 유명한 작곡가 헨델이 당시 영국의 국왕 조지 1세가 주최한 왕실 뱃놀이 축제를 위해서 작곡한 관현악 모음곡입니다.

수상음악이란 물위 즉 배 위에서 연주하던 음악을 말합니다. 현재의 유람선이나 크루즈에서의 선상음악이 수상음악이 되겠습니다.

수상음악이 작곡 되어진 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 취임한 국왕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상음악을 작곡해 템즈 강에서 초연했다는 설은 그저 떠도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이탈리아에서의 화려한 음악활동을 하던 헨델은 고향인 독일로 돌아와 하노버 궁정의 악장으로 일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휴가차 간 영국에서 오페라 리날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됩니다.

다시 독일로 돌아왔지만 영국에서의 화려함을 잊지 못한 헨델은 1712년에 다시 한 번 게오르그 선제후에게 허락을 받아 영국으로 건너갑니다. 그러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헨델은 영국 국왕이었던 앤 여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음악가로 승승장구합니다.

그런데 앤 여왕이 1714년에 사망합니다. 그 자리를 이은 사람이 하필이면 독일에서 헨델의 고용주였던 게오르그 선제후였습니다. 영국 왕 조지 1세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똥줄이 탄 헨델이 1717년 여름에 템즈 강에서 국왕이 뱃놀이 연회를 벌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서둘러 작곡했다는 것입니다.

헨델과 약 50여명의 악사들이 배에 오른 채 왕과 귀족들이 탄 배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연주했다고 전해집니다.

왕이 탄 배가 가까이 왔을 때는 목관악기 위주의 감미롭고 예쁜 선율의 음악을 연주했고 멀리 떨어졌을 때는 소리가 큰 호른이나 트럼펫 같은 금관 악기로 멀리서도 잘 들리게 경쾌한 음악을 연주했다고 합니다.

기록에 따르자면 그날 국왕은 음악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면서 모두 세 차례나 연주를 지시했다고 전해집니다. 수상음악은 낭만적인 강 그리고 떠있는 배 위에서 귀족과 왕들의 춤을 위한 곡인만큼 우아하고 격식을 갖춘 편안한 음악입니다

이렇게 폭염이 더해지는 날에는 헨델의 수상음악을 들으며 무심천 혹은 대청댐에서의 뱃놀이 여행을 상상해 보면 무더위를 떨치는 데는 최고의 한 방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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