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꾼다고 일을 잘하나?
이름 바꾼다고 일을 잘하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8.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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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간판을 바꾼다고 안 되는 장사가 잘되는 것도 아니다.

장사가 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고 개선하기보다 우리는 이름 탓을 먼저 한다. 이름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착각이다. 차별화된 전략과 노하우, 소비자 성향에 관심이 없다면 수십 번 이름을 바꾼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해도 이름을 바꾸는 고질병은 여전하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행정자치부 명칭이 이번 정부에선 행정안전부로 변경됐다. 행정안전부 명칭은 19년 동안 다섯 번째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일반인들은 안행부(안전행정부)인지 행안부(행정안전부)인지 아직도 헷갈리는 데 정부 관료들은 상관없나 보다.

1998년 내무부가 총무처와 통합하면서 김대중 정부 시절 행정자치부로 출발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안전 정책에 집중하겠다며 행정안전부로 변경했다. 정권이 바뀌고 나니 박근혜 정부 때는 안전행정부와 행정자치부로 간판을 교체했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다시 행정안전부로 되돌아갔다.

안행부면 어떻고, 행안부면 어떤가. 정부가 국민 안전을 제일 먼저 생각하고 챙겨주면 그뿐인데 정치권은 국민보다 이름에 목숨 거는 모양새다.

간판 갈아치우기에 교육부도 빼놓을 수 없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자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교육인적자원부를 `인재과학부'로 변경한다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교육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인재'라는 용어는 교육의 결과로 키워지는 대상의 일부만을 의미해 부적절하다며 명칭에 반드시 `교육'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합쳐 교육과학기술부가 탄생했다. 이후 교과부는 과학을 빼고 교육부로 명칭을 바꿨다.

멀쩡한 간판에 사족을 단 사례도 있다.

2010년 9월 당시 교과부는 전국의 180개 지역`교육청'의 명칭을 `교육지원청'으로 변경했다. 청주교육청은 청주교육지원청으로, 진천교육청은 진천교육지원청으로 명칭에`지원'이라는 단어가 추가됐다. 변경 이유는 지역교육청의 기능을 종전의 관리·감독 위주에서 학생·학부모·학교 현장지원 위주로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초등교육과, 중등교육과도 교수학습지원과, 교원지원과로 변경했지만 근무하는 직원조차 부서명을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학도 총장이 바뀌니 간판 바꾸는 데 동참했다.

충북대는 윤여표 총장이 2014년 취임 후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경리과를 재무과로, 대외협력실은 폐지하고 홍보부로, 기획평가과는 기획과와 평가지원과로, 입학과와 입학전형실은 통합해 입학과로, 학사과는 학사지원과로 각각 변경했다.

실질적인 업무 변화는 없는데 명칭만 바꾼다고 없던 전문성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체질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이름만 바꿨을 뿐인데 조직이 변화하고 구성원이 달라졌다면 수십 년 간판 바꾸기에 혈안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기관할 것 없이 새 수장은 자신만의 업적을 쌓고 싶을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거나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직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데 이름만 바꾼다고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정권을 잡은 여당으로서, 기관의 수장으로서 간판을 바꾸는데 급급하기보다 이름값을 하며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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