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보는 사람과 함께 生 마감 연결고리 자살사이트 문제 심각
처음보는 사람과 함께 生 마감 연결고리 자살사이트 문제 심각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7.07.31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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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살 10년간 546건 중 13.7% … 충북 19건 발생

“한국 현대사회 병리현상 중 하나 … 연구·예방법 필요”

포털·SNS 대부분 해외사업자 … 국내법 저촉 어려워
▲ 첨부용.

생면부지 사람들이 함께 세상을 등지는 일이 적잖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두 명 이상이 모여 서로 합의하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다.

비면식(非面識) 동반자살이라 일컬어지는 유형으로 `자살사이트'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경북대학교 수사과학대학원이 펴낸 `우리나라 동반자살 최근 10년간 동향'논문에 따르면 2006~2015년 국내 동반자살 건수는 546건(1189명)이다. 이 중 관계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173건을 제외한 373건 중 비면식 동반자살은 13.7%(51건)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분석했을 때 20대와 30대에서 비면식 관계 비율이 높았다. 각각 51%, 42.9%로 타 연령대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충북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잇따른다. 같은 기간 도내 동반자살 발생 건수는 19건이다.

지난 29일 청주시 서원구의 한 원룸에서는 20~30대 여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각각 거주지가 달랐던 이들은 원룸을 월세로 한 달만 계약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 역시 학연과 지연으로 얽히지 않은 비면식 관계였다.

앞서 지난 5월 31일 충주의 한 팬션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난 남성 4명이 함께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연구진은 “동반자살은 전체에 비해 소수지만 한국 현대사회의 병리현상 중 하나로 바라봐야 한다”며 “그에 맞는 연구와 예방법을 다각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터넷이 동반자살을 부추기는 촉매가 되고 있다.

이를테면 포털에 `자살'이라는 키워드만 입력하면 관련 사이트가 고스란히 노출된다. 관련 검색어까지 독극물명 등 자극적인 단어가 주를 이룬다.

키워드 혹은 관련 검색어를 통해 사이트에 들어가면 동반자살자를 구하는 글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뿐만 아니다. 스마트폰도 또 다른 매개체다. SNS나 채팅 애플리케이션엔 마치 구인광고인양 동반자살 관련 내용이 실시간으로 올라와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하고 있다.

심각성은 수치로 나타난다. 지난해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발견한 온라인상 자살유해정보 2만3763건 중 2505건(10.5%)이 동반자살 모집이었다.

문제는 유해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이나 SNS 대부분이 해외사업자라는 점이다. 국내법 테두리 밖에 놓여 있는 탓에 관련 정보를 원천 차단할 근거가 사실상 전무하다.

중앙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해외 포털 등은 사실상 국내법 저촉을 받지 않아 규제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수사기관도 이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동반자살을 단순히 여럿이 모여 목숨을 끊는 일로 치부하기보다는 중대범죄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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