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속초(狗尾續貂)
구미속초(狗尾續貂)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7.3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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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사공명주생중달(死孔明走生仲達·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내쫓다)'이란 일화로 유명한 사마의(AD 179~251·자 중달)의 아들 중에 사마륜(司馬倫·249?~301)이란 인물이 있다. 중달이 만년에 9번째로 낳은 막내아들로 성정이 흉포하고 글월을 읽지 못할 정도로 무식했다.

그는 조카인 사마염(무제·236~290)이 진(晉)을 건국한 후 사망하자 제위를 이어받은 종손(從孫)인 2대 혜제(259~306)의 황후 가남풍에게 아부하여 신임을 얻는다.

이때부터 10년간이 그의 피비린내 나는 전성기였다. 황후를 금설주(屑酒·황금가루를 탄 독주)를 먹게 해 숨지게 했으며 자신의 사사로운 원한을 앞세워 충신들을 주살했다.

혜제에게 구석(九錫·황제가 공이 큰 신하에게 내리는 9가지 특전)을 받을 정도로 지위에 오른 그는 마침내 검은 야욕을 드러내며 황위를 찬탈한다.

301년 음력 정월 9일의 일이다. 그러나 그의 재위기간은 불과 두 달을 넘지 못했다. 폭정에다 정치의 기본도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전횡에 백관이 모두 등을 돌려 아들들과 함께 처형됐다.

그의 실정사례 중에 가장 황당한 것 중 하나는 바로 관직을 남발했다는 점이다. 환심을 사려고 시쳇말로 `개나소나' 관직을 제수해 황궁에 벼슬이 넘쳐났다.

진서(晉書) 조왕륜전(趙王倫傳)에 이런 말이 나올 정도다.

「사마륜이 황제가 되자 그의 친척들과 친구들도 덩달아 벼슬을 하게 되었으며 함께 모사를 꾸몄던 자들은 모두 단계를 뛰어넘는 승진을 했는데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리고 심지어는 종과 심부름꾼에게도 작위를 주어 조회를 할 때마다 초선관(貂蟬冠·담비 꼬리와 매미 날개로 만든 관모로 제후나 공 이상의 고관만 썼다)이 자리에 가득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초선관에 붙일) 담비꼬리가 부족하니 개 꼬리로 잇는구나. (貂不足 狗尾續)」

여기에서 나온 말이 구미속초(狗尾續貂)다. 지금도 불필요한 관직을 억지로 만들어 주는 행위를 나무랄 때 종종 쓰인다.

청년 실업률이 해마다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3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1.3%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일자리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청년들이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석 달 전엔 4년째 준비한 공무원 시험에 낙방한 청년이 어머니와 고향에 내려가다 청주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목을 매 숨졌다.

경찰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던 3월에는 서울 마포에서 30대 `공시생'이 나무에 목을 매 숨졌다. 그는 “더 버틸 힘이 없다”고 수첩에 유언을 남겼다.

구본영 천안시장이 시 산하 공공단체인 천안시체육회의 직원 채용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신의 선거에 도움을 준 인물 등 특정인을 채용하도록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그 과정에서 위인설관(爲人設官)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체육회 사무국은 의혹의 당사자들이 입사하면서 지난 4월부터 과장은 4명인데 사원은 3명 뿐인 `기형적인 조직'이 됐다.

과연 체육회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했는지, 시장님의 측근 일자리 창출을 한 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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