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과 길들이기
삼복과 길들이기
  •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7.07.3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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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 백인혁

올여름 삼복더위를 무척이나 힘들게 보내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에는 근래에 보지 못했던 집중호우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우리 이웃들이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이웃들이 하루속히 어려움을 딛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복구 작업에 온 정성을 모을 때입니다.

어른들이 하신 말씀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여름 무더위의 절정은 삼복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요. 삼복에는 건강식을 먹어서 더위를 이겨내야 한다고 삼복만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다 삼계탕집이나 근처 건강식 잘하는 집을 찾아 줄을 섭니다.

그런데 요새는 먹을 것이 부족한 때가 아니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삼복에 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먹는 것을 찾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꺼리를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적당한 운동을 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삼복(三伏)이라는 의미를 다시 새겨보면서 이 더위를 이겨보고자 합니다. 저는 어려서 병원을 내 집 드나들 듯 하는 병약한 아이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먹을거리도 여의치 않아 좋은 음식을 넉넉히 먹고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훗날 제 키가 174센티미터까지 자라고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 덕분입니다. 그 친구는 기계체조를 잘하였습니다. 떡 벌어진 어깨에 평행봉과 철봉위에서 제비처럼 훨훨 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나도 좀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한 가지씩 방법을 일러주어 가르쳐 주는 대로 매일 빠짐없이 연습을 했습니다.

그렇게 등교하는 날이면 하루도 쉬지 않고 철봉과 평행봉에 매달려 운동을 한 결과 균형 잡히고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병약한 나 자신을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모습으로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내 몸은 내가 길들이고 만든 것으로 운동하려는 의지가 병약함을 이겨 낸 것이지요.

모든 일이 한 번에 뚝딱 되는 것은 없습니다. 한 번 성공하면 다시 해서 한 번 더 성공할 때까지 정성을 다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서 성공하게 될 때 비로소 성공했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어느 해인가 저의 장인어른이 배추 농사를 잘 지어 많은 수확을 올렸다고 자랑하듯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후 장인어른 하시는 모습을 쭉 지켜보았더니 해마다 모든 농사 방법(파종시기, 거름, 병충해 방제, 수확 시기, 날씨 등)을 꼼꼼하게 공책에 메모해 두었다가 다음해에도 그 시기를 기다려 파종을 하고 전년에 했던 방식대로 비료도 하며 기르시더니 또 성공을 하고 그다음 해에도 또 그렇게 하여 농사를 성공한 후 이웃들에게 그 정보를 나누어 주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운동도 농사일도 그렇듯 인생사가 다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렇듯 올해 어쩌다 한번 잘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잘하여 성공했던 방법을 잊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잘 지어 완전히 자신의 농사법이 되는 것이 항상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일 것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다하는 공부조차도 공부를 잘 하는 방법을 익혀서 그 방법대로 해보고 또 해봐서 항상 잘 되어야 비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매년 복도 초복 중복 말복 해서 삼복을 잘 넘겨야 금년 여름이 무사히 넘어간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하고 또 해서 모든 것이 다 완전히 내 것으로 익혀지면 성공이요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삼복(三伏)'의 `복(伏)자'를 풀어본다면 여름철 매년 되풀이되는 수해를 극복할 비책도 생길 것이요, 우리네 인생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술술 풀리고 무더위를 이겨낼 내성도 생겨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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