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 정광세<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 승인 2017.07.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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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정광세

얼마 전 유명 프로골퍼의 아버지가 3억원 가량의 지방세를 16년간 체납하고 최근 완납하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욕설과 협박 문자 등을 보낸 사실이 회자했다. 본인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과 재산이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납부하게 돼 아깝다는 생각에 불쾌감을 담당 공무원에게 표출한 것이다. 밤에 차 조심하라는 협박의 문자를 기사를 통해 읽었을 때 구청에서 체납징수업무를 하는 필자 역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지난 6월 30일 종료된 `상반기 지방세 체납액 특별징수기간' 동안 체납차량 번호판 영치 업무를 진행한 필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자동차세가 장기간 체납된 차량의 번호판을 떼서 구청에 보관하면, 대부분 체납자들이 영치된 번호판을 찾으러 올 때 체납에 대해 미안해하며 적극적으로 납부한다. 하지만 일부 체납자는 본인 차량의 번호판이 영치된 것에 화를 내며 구청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체납자들의 항의는 여러 유형이 있다.

첫째, “체납액이 상당한 부자들은 가만히 두고 얼마 되지 않는 가난한 서민은 악착같이 뜯어내느냐!”

구청 영치 담당자들은 차량이 고급차이건 경차이건 구분 않고 오로지 체납이 있으면 번호판을 영치한다. 경제 사정이 너무 어려워 피치 못해 납부를 못 하는 체납자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은 사정을 고려해 분납을 안내해 드리고 약속대로 꾸준히 분납을 하면 경제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영치를 보류하기도 한다.

둘째, “내 사유재산에 왜 함부로 손을 대느냐! 위법사항 아니냐?”

자동차는 물론 사유재산이지만, 지방세법 제131조에 따라 자동차세의 납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자동차등록증 회수 및 등록 번호판을 영치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세를 포함한 모든 세금은 국가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정해진 법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돈이다. 세금을 통해 만들어진 제반시설이 있기에 우리가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셋째, “영치하기 전 사전에 알려줘야 하지 않느냐?”

청주시 4개 구청은 최소 반기에 한 번씩 체납자들에게 번호판 영치 예고문을 보낸다. 지난 6월 7일 실시한 `전국 일제 영치의 날'의 경우에도 각종 방송과 신문 등 매스컴을 통해 자동차세 체납 차량에 대한 영치 실시를 홍보했다.

이 외 여러 항의를 하며 비협조적인 체납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필자 역시 사람인지라 나도 모르게 격앙된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선배 공무원들이 필자와 함께 상담실에서 차근차근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분납 등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해 주다 보면 체납자들은 차츰 화를 누그러뜨린다. 매달 성실히 분납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번호판을 돌려주면 방금 전까지 불같이 화를 내던 체납자들은 아까는 화를 내서 죄송했다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사과하기까지 한다.

납부할 세금은 당당하게 납부하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세무 부서와 납부 상담을 통해 경제활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무 공무원은 납세자들을 괴롭히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납세자들의 세금 납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니 고민하지 말고 먼저 연락을 주시길 바란다.

필자 역시 부끄럽지 않은 공명정대(公明正大)한 공직자의 마음가짐으로 번호판 영치업무를 진행하고, 동료 공무원들과 함께 체납자들의 마음을 열어 스스로 체납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친절하게 응대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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