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그릇
마음 그릇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7.07.2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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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 강대헌

예수가 갈릴리 호숫가 산 위에서 말씀했던 여덟 가지 참된 행복을 `진복팔단(眞福八端, The Beatitudes)'이라고 한다는군요.

공동번역성서에 따르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고, 슬퍼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온유한 사람이 행복하고,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이 행복하고,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행복하고,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행복하고,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거죠.

사람의 마음을 그릇과 같다고 가정해 보면 어떨까요.

어떤 사람은 자신의 마음에 한 개의 복만 담고, 어떤 사람은 두 개를 담고, 어떤 사람은 세 개를 담고, 어떤 사람은 네 개를 담고, 어떤 사람은 다섯 개를 담고, 어떤 사람은 여섯 개를 담고, 어떤 사람은 일곱 개를 담고, 어떤 사람은 여덟 개를 다 담아요.

사람마다 그릇의 크기가 다른 거죠.

누구는 동네 개울처럼 찰랑거리기 일쑤이고, 누구는 최대 길이 약 30미터에다 최대 몸무게 150톤의 흰수염고래마저도 송사리로 만들어버리는 바다처럼 어마어마해요.

크기만으로 사람의 마음 그릇에 대한 얘기를 멈추면 곤란하겠죠.

그릇이 어떻게 놓여 있는가도 무시해선 안 될 거예요.

기다리던 비가 내려서 처마밑에 물받이 그릇을 가져다 놓고 한숨 자고 나와 봤더니, 빗물이 그득하지 않아 놀랐다는 거 아니에요. 삐딱하게 그릇을 놓아 그런 거죠.

마음 그릇이 아무리 크다 한들 제대로 놓여 있지 않으면, 여덟 개를 담고자 했으나 두세 개도 담지 못할 수 있네요.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릇의 가치가 정해진다는 것이야말로 두말하면 잔소리죠.

바르게 놓여 있는 큰 그릇에 오물을 담으면, 무슨 유익이 되겠어요. 흔한 간장종지로 쓰였던 그릇이라도, 깨끗한 물 한 모금 담아 꽃잎을 띄우면 달라지잖아요.

마음 그릇에 담아두고 싶은 것이야 부지기수(不知其數)죠.

`용서'도 좋겠어요.

어떤 사람이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에게 어디서 그 많은 영감(靈感)을 얻느냐고 물었다고 해요. 나이 여든이 넘어서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던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는 거예요. “뒤뜰에 엉겅퀴를 키우고 있거든요.”

마음 그릇에 용서를 담아 키우면 어떨까요. 마티스의 엉겅퀴처럼 말예요. 용서한다는 뜻의 `서(恕)'라는 글자를 `마음(心)'을 `같이 하다(如)'라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엉겅퀴가 그리 밉게 보이는 날은 없을 테니까요.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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