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휴가, 최상의 피서법
최고의 휴가, 최상의 피서법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7.07.27 2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 論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왜소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물 폭탄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 며칠째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시원한 한 줄기 굵은 빗줄기가 그립다. 어느덧 본격적인 피서철이 돌아온 모양이다. 올여름 휴가는 국내외 유명 피서지가 아닌, 고인들의 눈 푸른 안목과 서늘한 지혜로 가득 찬 고전 속으로 `내면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인구에 널리 회자하고 있는 중용 제23장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영화 `역린'의 대사로 인용되면서 부터다. 그렇다고 중용 제23장이 유명해진 것이 영화의 힘 때문만은 아니다. 모두가 다 함께 살기 좋은 지상낙원을 앞당기기 위한 중요한 비밀이 중용 제23장에 녹아있고, 그 때문에 모든 관객들이 감동을 하였기 때문이다.

“기차치곡(其次致曲) 곡능유성(曲能有誠) 성즉형(誠則形) 형즉저(形則著) 저즉명(著則明) 명즉동(明則動) 동즉변(動則變) 변즉화(變則化) 유천하지성(唯天下至誠) 위능화(爲能化)”가 바로 중용 제23장 원문이다. 의역하면, “다음은 세밀해지는 것이다. 마음 씀이 세밀해져야만 성실하게 된다. 성실하면 성실한 기운이 형성되고, 그 기운이 자리 잡으면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 성실한 기운이 넘쳐나면 마음은 점점 더 밝아지고, 밝아질수록 세상을 감동시킨다. 세상을 감동시키면 세상이 바뀌기 시작하고, 세상이 바뀌면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 등 근본적인 변혁이 일어난다. 오직 천하에 지극한 성실만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다 함께 살기 좋은 세상을 앞당기는 이치 및 순서를 `대학(大學)'은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라는 8조목으로 설명하고 있다. 뜻을 성실하게 한 후 마음을 바르게 할 수 있고, 마음을 바르게 한 후 몸을 닦을 수 있으며, 몸을 닦아 건강해진 후 가정을 돌볼 수 있고, 가정을 잘 돌본 후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케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뜻을 성실히 하기 위해선 지극한 앎에 이르러야 하며, 그 앎이 다하기 위해선 인식 주관인 `나'와 인식 대상인 세상이 온전하게 조화를 이뤄 하나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몸 건강하고 마음 편안한 행복한 삶을 위해선, 분수 밖의 것들에 대한 욕심 없는 바른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적 선결 과제임을 알 수 있다.

눈앞에 벌어진 현실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임에도, 담대하게 인정하지 못한 채, 애써 부정하는 짓이야말로 부질없는 욕심의 전형이다. 더울 수밖에 없는 한여름이라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막연히 가을 날씨처럼 선선하고 쾌적하기를 바라는 어리석은 욕심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리석은 욕심에서 자유로워지면 온몸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릴지라도, 마음까지 짜증으로 뒤범벅된 채, 몸과 마음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이 같은 사실만 깨달아도, 현실과 괴리된 채, 감정적이고 불필요한 소모적 갈등을 겪지 않게 된다. 오직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발전적이고 창조적인 에너지를 쓸 뿐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피서법이고, 올여름 휴가 동안에 꼭 깨달아야 할 피서법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