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강화
대리강화
  • 양철기<교육심리 박사·서원초 교감>
  • 승인 2017.07.2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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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 수영장에서

실내 수영장 풍경이다. 많은 사람이 레인 끝 부분에 모여서 쉬거나 그저 멍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실제 수영을 좀 했다는 사람들도 25미터, 50미터 레인을 계속 돌기는 힘이 든다. 따라서 대부분 사람들은 한 바퀴 돌고 와서 하염없이 레인가에서 쉬고 있게 된다(※수영강사 하는 동생의 말에 의하면 수영해서 살빼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수영해 살 빼려고 하면 거의 선수처럼 수영해야 하며, 1시간 이상 쉬지 않고 레인을 돌아야 한다고 한다).

이때 한 사람이 레인에 들어와 수영을 시작한다. 레인을 4바퀴쯤 쉼 없이 돌다 보면 레인 끝에서 휴식을 하던 사람들이 어느 듯 보이질 않는다.

그분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다른 레인으로 넘어갔을까. 아님 집으로 갔나.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그 사람의 뒤를 따라 레인을 돌고 있다.



# 대리강화

시골에서 소를 키울 때 꼴을 잔뜩 먹은 소가 옆의 소가 꼴을 먹는 것을 보고 또 꼴을 먹는 것을 자주 보았다. 친구들과 먹고 놀다가 배가 충분히 불렀지만 늦게 온 친구가 앞에 있는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따라서 먹기 시작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을 사회심리학자 반듀라(A. Bandura)는 대리강화(vicarious reinforcement)라 불렀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행동의 결과를 알게 됨으로써 그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될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모델링의 한 종류이다.

대리강화란 모델의 어떤 행동이 보상을 받느냐 또는 벌을 받느냐에 대한 관찰을 통해 관찰자가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벌이나 상을 말한다. 반듀라에 의하면, 모델의 어떤 행동이 벌을 받게 되는 것을 추종자가 관찰할 경우에는 모델의 그러한 행동을 추종자가 모델링할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한다. 반면 모델의 어떤 행동이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을 관찰할 경우에는 모델의 그러한 행동을 추종자가 모델링할 가능성이 커진다.



# 변화하기

교육현장에서는 수업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교실과 교과서를 뛰어넘는 살아있는 수업, 삶이 있는 수업 등이 요구되는 시절이다. 그러하기에 교사들의 수업에 대한 관점의 변화와 과감한 시도가 요구되고 있다. 변화라는 것은 스스로 깨달아 실천해보고 거기에 강화를 얻어 더 발전한다면 최고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다. 한 사람이 20년 이상 견지해온 어떤 틀을 스스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대리강화를 통한 모델링은 어떠한 거부감 없이 행동과 사고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한다. 어떤 교사의 행복한 수업혁신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수영장 레인 가장자리에서 하염없이 쉬고 있는 그분들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멋지게 힘차게 수영을 하고 싶어 한다. 다만 힘이 들고 자신이 없다. 주변의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어 선뜻 나가지 못한다. 이때 어떤 한 사람이 힘차게 물결 치며 레인을 돌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모습과 동일 시 하여 자신도 모르게 첨벙 레인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두바퀴도 못 돌던 자신이 어느 듯 앞서가는 그 사람을 따라 네바퀴째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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