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끝
그 여름의 끝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7.26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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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이 성 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
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
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
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폭우 뒤에 폭염이 기승을 부립니다. 뙤약볕을 함빡 품은 목 백일홍이 유난히 붉습니다. 폭우도 폭염도 씻어내지 못한 붉음입니다. 수해현장이 많은 사람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있지만 피기를 멈추지 않는 목 백일홍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우리의 뜨거운 가슴도 보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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