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비름을 먹어볼까
쇠비름을 먹어볼까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 승인 2017.07.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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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지난 4년간 인삼밭으로 대여해 준 1000여평의 논밭에 더덕을 심었다. 주변 사람들은 유독 심한 가뭄 속에서도 씨를 잘 세웠다고들 한다. 더덕 싹이 손톱만큼 컷을 때 잡초가 더 많이 자리를 잡았다. 며칠을 투자해 잡초를 제거하고 고랑(이랑과 이랑 사이 움푹 들어간 부분)에 제초제까지 쳐두었다.

안심하고 이러저러한 일에 밀려 한참 뒤에 가보니 풀이 사람 키보다 더 크다. 혼자 틈나는 대로 열심히 풀을 뽑아 보지만 역부족이다. 이에 보다 못한 옆 밭의 인삼 주인이 놉을 얻어(일꾼을 구해) 풀을 뽑으라며 인삼밭 일을 하던 아줌마를 소개해주셨다. 돈이 좀 들지만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밭 주인은 출근해야 하니 걱정이다. 그래도 아줌마들이 열심히 해 주시겠다고 해서 맡겼다. 역시 일도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일까? 많은 풀이 말끔히 제거되었다. 대신 고랑에 모인 산더미 같은 풀을 밭 밖으로 버리는 것은 고스란히 내 차지가 되었다.

일주일 뒤 여름 방학을 맞아 본격적으로 고랑의 풀을 치우기 시작했다. 일주일 사이에 더덕 이랑의 풀도 꽤 많이 자랐다. 하루 이틀이면 치울 것 같던 일이 만만치 않다. 고랑의 풀을 치우며 잡초에 치어 어린 묘가 녹아 훤하게 빈 더덕 이랑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여러 가지 잡초 중에 쇠비름의 피해가 만만치 않다. 쇠비름이란 놈은 어떤 놈일까?

쇠비름은 북부 아프리카의 건조지역이 원산지로 인류가 농사를 지으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 종이다. 1만 6000년 전 구석기 시대에 존재했던 그리스의 어느 동굴에서 쇠비름 씨가 발견되었다고 하니 인류는 일찍부터 쇠비름과 인연을 맺어 온 것이다.

쇠비름은 쇠비름과의 식물로 원예종으로 키우는 채송화와 아주 비슷하다. 쇠비름은 `쇠'와 `비름'의 합성어로 비름보다 억세다는 뜻에서`쇠'가 붙었다. 500여 년 전 조상도 쇠비름이라 불렀고 푸른 잎, 붉은 줄기, 노란 꽃, 흰 뿌리, 검은 씨 덕분에 오행초라고 하기도 하였다. 학명의 종소명 올레라체아(oleracea)는 `향긋하고, 먹을 수 있는 야채'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쇠비름을 꾸준히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여 `장명채(長命菜)'라고도 부른 것을 보면 아주 예전부터 서양 사람들처럼 우리도 쇠비름을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쇠비름에는 불포화 지방산의 일종인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봄과 여름에 연한 잎과 줄기를 나물로 먹거나 죽으로 먹고 또 겉절이를 해서 초고추장에 무쳐 먹기도 한다. 비빔밥에 넣거나 쌈으로 먹기도 하고 설탕에 재워 먹기도 한다. 덕분에 쇠비름을 재배하는 농가도 생겨나고 생으로 판매하거나 말려서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먹어 보지는 못했다. 초고추장에 무치면 돋나물 맛과 비슷하다니 먹어봐도 괜찮을 텐데. 쇠비름을 먹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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