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vs 사느냐 기로에 선 지방대학
죽느냐 vs 사느냐 기로에 선 지방대학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7.25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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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새 정부가 들어서면 희망이 생길 줄 알았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되고 대학 등록금도 반값으로 줄어 학비 부담이 대폭 줄어들 줄 알았다.

럭비공처럼 던지면 그만인 선거 공약을 이번엔 현실이 되기를 바라면서 새 정부의 대학 교육정책에 거는 기대는 컸다.

입학전형료 인하, 입학금 폐지, 등록금 인하, 대학 기숙사 확대 등 학생과 학부모로선 기분 좋은 공약들이다.

그러나 지방대학 입장에서는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근심정책이다.

학생 수는 매년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수도권 대학들과 경쟁을 해야 하니 걱정이 앞서는 게 당연하다.

1년 내내 전국 대학을 돌아다니며 입시 홍보를 해야 하는 지방대학 교직원들의 비애를 수도권 대학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지원자가 몰려 수십억 원의 입학전형료 수익을 냈다는 소식도 남의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학전형료 인하 지시에 부응하기 위해 최근 교육부가 전국 4년제 대학에 입학전형료 인하 계획을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전국 국·공립대학은 물론 사립대까지 오는 9월 시작하는 2018학년도 수시전형부터 입학전형료를 내리겠다고 발표는 했지만 속내는 씁쓸하다. 받은 돈도 없지만 수익을 낼 만큼 많은 돈도 챙기지 못한 대학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입학전형료 수입 1위를 기록한 경희대는 65억을 챙겼고, 중앙대는 지원자가 10만1582명이 몰려 58억원의 수입을 올렸다는 데 충북지역 대학들은 어떤가. 충북 소재 4년제 대학 12곳의 입학전형료 수입을 모두 합쳐도 40억원에 불과해 수도권 대학 한 곳의 입학전형료 수입도 안된다.

입학전형료로 3~4만원을 받는 충북지역 대학들이 전형료로 10만원을 넘게 받는 수도권 대학들과 동급으로 무조건 인하하라는 정부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별도의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입학 전형료 수입이 30억원이 넘는 대학과 2000만원이 안되는 대학을 같은 잣대로 들이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지방대학들은 수익 규모에 따라 인하 비율을 차등으로 나누거나 전국 모든 대학의 입학전형료를 같게 만들어 달라고 대놓고 말은 못하고 속만 태우는 상황이다.

여기에 입학전형료 인하 추진 여부를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연계시키겠다고 하니 대학들이 교육부의 강요에 손을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총장 직선제를 폐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교육부는 자율적으로 하되 대학 평가에는 반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수도권 대학은 지원자가 넘쳐 배짱이라도 튕기지만 지방대학들은 한푼이라도 재정 확보를 하겠다고 교육부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등록금 동결, 입학전형료 인하, 입학금 폐지라는 삼중고가 유독 지방대학에게만 큰 짐으로 와닿는 이유는 뭘까.

지방 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해 공무원 학과를 개설하고, 공무원 양성을 위해 기숙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총장들이 시험때마다 간식을 나눠주는 등 눈물겨운 분투도 마다하지 않는다.

입학전형료 인하를 두고 정부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한 대학 관계자가 던진 한마디가 귓전에 맴돈다. “부자는 인하해도 배부르지만 우리는 배고픈데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교육부가 입학전형료 인하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방대학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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