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을 강타한 물폭탄과 말폭탄의 교훈
충북지역을 강타한 물폭탄과 말폭탄의 교훈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7.2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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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비가 아니라 물폭탄이었다.

그랬다. 지난 16일 새벽에 청주와 충북 일원에 내린 비는 가공할 물폭탄이었다. 그 물폭탄이 융단폭격 하듯 투하되니 철옹성 같던 도시와 산천이 눈 깜짝할 사이에 물바다로 변했다.

수마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정부와 지자체를 조롱하듯 7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고, 634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수마였다.

청주산단 폐수처리시설과 상하수도 20개소ㆍ도로 14곳ㆍ하천 28곳ㆍ문화재 3곳 등 공공시설이 수해를 입었으며, 6만㎡의 임야가 산사태로 무너져 내렸고, 주택 5채가 반파됐고 781채가 침수됐으며 28개의 공장과 농경지 2959㏊와 축수산 시설 54곳이 피해를 입었다.

뿐만 아니라 도내 곳곳에서 800여 대가 넘는 차량이 침수되어 못쓰게 되었고, 40여 곳이 넘는 곳에서 전기ㆍ수도ㆍ도시가스 공급이 끊겨 모텔이나 마을회관을 전전하며 살아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한때 TV와 인터넷이 불통되는 등 도시기능이 마비되기도 해 피해액은 늘어날 전말이다.

이런 수해피해 상황이 언론매체를 통해 연일 톱뉴스로 보도되어 청주시와 충북도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덕분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와 응급복구 힘을 보태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처럼 도민들이 최악의 물난리로 좌절하고 고통 받고 있는데도 그들의 대표라 일컫는 충북도의회 의원 4명(자유한국당 김학철ㆍ박봉순ㆍ박한범, 더불어민주당 최병윤)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중도에 급거 귀국했으나 도민들의 따가운 눈총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소속정당으로부터 버림받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진심어린 사죄를 하고 수해복구현장에 뛰어든 박봉순 의원과 최병윤 의원에게는 동정여론이 없진 않지만 국민들을 설치류에 비유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한 김학철 의원에 대해선 의원직 사퇴 등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김 의원이 지역의 한 언론사와 전화통화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고 한 발언내용이 세상에 알려져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말폭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비난하는 항의전화가 도의회에 빗발쳐 사무처 직원들이 진땀을 흘려야 했고, 도의회와 김 의원에게 똥물을 퍼부으려는 사람까지 있었으니 말폭탄의 후유증이 참으로 컸다.

각설하고 이번 물폭탄의 교훈은 청주가 폭우에 아주 취약한 도시라는 점이고, 말폭탄의 교훈은 공인은 세치 혀를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폭탄은 자연재해라 원망의 대상이지만 말폭탄은 인재라 분노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기상이변이 잦아 물폭탄의 기습공격은 수시로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저지대가 많은 청주시와 충북도는 재난안전관리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고 나타난 문제점과 미비점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앞 다투어 약속했던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상도나 전라도면 난리부르스가 났을 터인데 말이다.

하여 문재인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내일이라도 당장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응급복구가 아닌 항구복구가 되도록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하기 바란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염천에 휴가도 반납하고 응급복구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지방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있다는 건 큰 위안이자 축복이다.

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수재민들의 빠른 재활을 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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