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아닌 무기계약직 이유 도로보수원 ‘순직’ 처리 뒷짐
공무원 아닌 무기계약직 이유 도로보수원 ‘순직’ 처리 뒷짐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7.07.24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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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챙길 시간도 없이

나랏일 사명감에 항상 최선

폭우속 15시간 복구 작업

뜻밖의 불행길 될 줄 몰라

외면하는 국가 … 유족 `절규'
“국민을 위한 일인데 힘들어도 참아야지.” 박종철씨(50)는 도로보수원이다. 2001년부터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소속 `무기계약직'으로 일했다.

허울만 도로보수원이지 그야말로 `잡일꾼'이다. 파인 도로를 메우는 일부터 접도구역 잡초제거, 동물사체 치우기까지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끼니 챙길 시간도 없다. 작업 할당량이 많은 탓에 흔한 식당 밥조차 언감생심이다. 그저 자리 펴고 앉을 수 있는 도로 한구석에서 도시락만 먹어도 다행이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중노동에 손가락은 굵어 질대로 굵어지고, 몸 구석구석은 상처로 성한 곳이 없다. 그런데도 박씨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나랏일을 한다는 사명감이 `힘듦'을 잊게 하는 까닭이다.

또 하나 그에겐 꼭 보살피고 지켜야 할 존재가 있다. 바로 어머니와 외동딸이다. 어머니는 4년째 치매를 앓고 있다. 갈수록 병세가 깊어져 2년 전부터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박씨는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월급 일부를 떼 병원비로 써야 한다.

그는 싱글대디다. 경찰관을 꿈꾸는 예쁜 외동딸 뒷바라지를 위해서라도 힘든 일상을 참고 견뎌야 한다.

지난 16일도 마찬가지였다. 당일 새벽 청주에는 시간당 9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박씨는 이날 오전 6시 비상소집 돼 곧바로 현장 투입됐다. 오전엔 굵은 빗줄기 속에서 막힌 배수로를 뚫고 도로로 흘러내린 흙을 치웠다.

오후 9시. 15시간이 넘는 강행군을 마무리하고 복귀하려던 때. 뜻밖의 불행이 찾아왔다.

차량에서 젖은 작업복을 갈아입던 그는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한 번 멈춘 심장은 다시 뛰지 않았다.

청춘을 바쳐 도로보수원으로 일한 박종철씨. 그의 고달픈 일생은 습기 가득한 도로 위에서 끝이 났다.

더 비참한 일은 이후부터였다. 세상을 떠난 그에게 무기계약직이라는 굴레가 씌워졌다. 국민을 위해 일하다 숨졌지만, 국가는 신분을 문제 삼아 `순직'처리에 뒷짐을 졌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그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살았어요. 이런 사람에게 국가는 무기계약직이라는 굴레를 씌워 제대로 된 예우조차 하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들 그리고 아버지를 떠나보낸 유족의 한 맺힌 절규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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