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방불 … 더디기만한 복구 작업
전쟁터 방불 … 더디기만한 복구 작업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7.07.23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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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수해지역 청주 미원면 일대를 가다

순식간에 침수… 마을 어귀마다 비릿한 물 냄새 진동

폭탄 맞은 듯 곳곳이 폐허… 수마가 남긴 흔적 처참

큰 피해 규모… 복구보다는 응급처치수준에 머물러

자원봉사 행렬에도 진척 없어… 장비 지원 등 `절실'
▲  수해 피해 지역인 미원면 일대에서 21일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지역엔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을 돕기 위한 자원봉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부서진 다리', `한 구석이 잘려나가 비스듬히 누운 기와집', `허리가 부러져 날카로운 단면을 드러낸 나무'마치 전쟁터와 같은 참상 그 자체였다.

21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찾는 마을 어귀마다 비릿한 물 냄새가 진하게 새어 나왔다.

썩 좋지 않은 냄새 너머로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폭탄이라도 맞은 듯 곳곳이 무너져 내려앉아 폐허를 이뤘다.

지난 16일 이 일대엔 폭우가 쏟아졌다. `들이붓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내린 비는 넓고 깊은 물길을 일순간에 채웠다.

불어난 물은 곧 제 갈 길을 벗어나 여러 마을을 집어삼켰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은 수마(水魔)가 남긴 흔적이었다.

“순식간이었어요. 물 하나 없던 냇가가 3시간 만에 가득 차 넘쳤어요. 낮은 지대에 있는 것은 가리지 않고 잠겼어요.”청주시 상당구 옥화리에 사는 최동화씨(62)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던 날을 되새기며 몸서리를 쳤다.

아름다웠던 절경도 사라졌다. 미원면을 끼고 도는 달천에 자리 잡은 절벽엔 빗물에 씻겨온 오물과 쓰레기가 내걸리고, 수목은 죄다 허리가 꺾여 성한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천혜 절경 속에 자리 잡은 휴양지도 마찬가지였다. 피서철을 맞아 관광객으로 넘쳐나던 팬션 마당에는 객실에서 꺼낸 젖은 집기류와 펄만 가득했다.

옥화리에서 편션업을 하는 한 주민은 “보기 좋았던 풍광이 모두 사라졌어요. 덕분에 다음 달 예약 140건이 모두 취소됐어요. 물과 산세가 좋아 이맘때면 관광객으로 미어터질 정도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빗물은 논과 밭도 휩쓸고 갔다. 옥빛 가득해야 할 논은 벼가 누운 탓에 듬성듬성 색이 바랬다. 밭작물 잎에 고여 있는 물은 햇빛에 날아간 뒤 하얀 소금 같은 흙만 남겼다.

귀농을 준비하다 이번에 물난리를 겪은 신현민씨(운암1리)는 “밭 600평에 심은 참깨와 들깨가 모두 물에 잠겼어요. 귀농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농사를 망쳤어요. 다시 시작하려니 겁부터 나네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수마가 휩쓸고 간 수해지역에 대한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피해 규모가 워낙 큰 터라 복구보다는 응급처치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무너진 주택 시설물을 치우거나 또 내릴지 모르는 비를 대비해 물길을 내는 수준이다.

수해복구에 참여한 한 덤프트럭 운전기사는 “수많은 복구 현장을 다녔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곳은 보지 못했어요. 이제 막 기초적인 작업이 시작됐으니 언제쯤 마무리될지 가늠이 안 돼요”라며 복구작업이 길어질 수있다고 예고했다.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외침이 흘러나온다. 자원봉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손은 여전히 부족하다.

사람 손으로 할 수 없는 작업에 필요한 장비 지원도 절실하다.

이번 수해지역 자원봉사에 참여한 박평강 청주동부소방서 오창여성의용소방대 총무는 “함께 하는 것만으로 큰 힘이 돼요. 수해지역의 빠른 재기를 위해 작은 관심이라도 보내주시면 좋겠어요”라고 밝혔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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