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자정강화 요구 귀 막은 결과
충북도의회 자정강화 요구 귀 막은 결과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 승인 2017.07.2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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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최악의 물난리 속에서도 외유성 해외연수를 강행한 충북도의회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위원 4명이 22년 만의 물난리 속에서도 8박10일 일정으로 유럽 연수를 떠났다가 조기 귀국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번에는 김학철 도의원이 설치류에 빗대 국민을 비하하는 막말까지 더해져 국민의 공분을 샀다.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하는 민심을 겨냥 “국민은 레밍”이라는 막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밍(lemming)은 `집단 자살 나그네쥐'로 불리는 설치류로 우두머리 쥐를 따라 맹목적으로 달리는 습성이 있다. 사람들의 맹목적인 집단행동을 부정적으로 말할 때 종종 빗대어 인용된다.

김 의원은 또 “만만한 게 지방의원이냐, 지방의원이 무소불위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처럼 그런 집단도 아닌데”라며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에 강한 불만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막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청주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국회에 250마리의 위험한 개들이 미쳐서 날뛰고 있다”고 발언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도민을 대표한다는 도의원의 일탈행위가 잊을만하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니 딱한 노릇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왜 비판받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상황 인식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평상시에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도 비난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집중호우로 도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한 부적절한 처신이다.

충북도의회 윤 모 의원은 지난달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 단속에 적발돼 망신을 샀다. 후반기 의장 선거 과정에서 돈 봉투를 주고받았다는 혐의로 강 모와 박 모 두 의원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도의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의회 차원의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의회의 자정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막은 도의회는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해 화를 키우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번처럼 부적절한 외유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쏟아진 경우도 있지만 도의회의 부적절한 연수는 또 있었다. 전국이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지난 6월 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가 유럽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전체 위원 6명 중 4명이 10박11일 일정으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당시 농민들은 지속된 가뭄으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지만 의원들은 이를 외면한 채 연수를 다녀왔다. 이때도 해외연수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조용히 묻혔다.

충북도의회는 국회의원을 미친개에 비유하는 발언을 한 김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하지만 징계위원회에서는 소명이 됐다는 이유로 징계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갔다.

김양희 충북도의장은 최근 취임 1년을 맞아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의정 활동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과연 그런지 도민이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도의원들은 막말을 해도 자체 징계 외에는 특별한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해이해져 이런 일이 더 빈번한 것 같다. 자체 징계도 말뿐이어서 화를 자초하고 있다.

도의회에 자정기능 강화를 그렇게 주문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가 됐다. 그렇다면 도민들이 나서야 할 차례다. 낙선운동이라도 벌여 막말과 일탈행위에 책임을 물어야 할 때가 됐다. 내년 6월 13일이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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