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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기<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7.07.2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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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우리가 오늘과 같은 발달한 지식문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네 번에 걸친 문화의 대사건 때문이다. 그 첫 사건은 `언어의 발명'이다. 언어의 출현은 인지혁명과 함께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를 일약 지구의 최강자로 등극하게 만든다. 언어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교환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생명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사회공동체를 만들었다.

이 사회적 힘으로 우리 조상은 생태계의 꼭대기에 서게 된다. 두 번째 사건은 `문자의 발명'이다. 인간은 문자를 통해 언어를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메소포타미아와 유프라테스강을 중심으로 발달한 농경문화도 문자의 발명 덕분이었다. 문자를 통해 정보를 기록하고 전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중앙 집중화된 엘리트 관료 체계를 확보하여 문화적 진보를 확장하는 힘을 갖게 된다.

세 번째 사건은 `금속활자의 발명'이다. 금속활자 주조기술은 정보를 기록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정보매체의 혁명이다. 금속활자 기술을 통해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저장하고 적은 비용으로 유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 능력을 우리가 갖게 된 것이다. 이후 종교혁명, 산업혁명, 시민혁명이 금속활자 인쇄술로 촉발되었으며 명실공이 과학기술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네 번째 사건은 `컴퓨터 발명'이다. 컴퓨터는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교환할 수 있는 지구적 정보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인류가 생산해낸 수많은 지식이 연결되고 소통하며 융합할 수 있게 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의 서막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 모든 문화적 대 사건의 본질에는 `기록'이 있다. 다시 말해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출발점으로써 기록의 역사가 있는 것이다. 우리 청주가 가장 큰 정신적 자산으로 꼽는 `직지'가 바로 정보의 저장과 유통기술의 총아인 금속활자 인쇄술을 가장 먼저 창안해 냈다는 증거이다. 왜 사람들은 기록하는가? 저장하기 위해서다. 남기기 위해서다. 데이터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가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기록은 남에게 보여 지고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내는 것이 존재 이유이다.

청와대가 문서유출 사건으로 시끌벅적하다. 보통사람의 상식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문서가 대량으로 발견되었고 그 내용은 더 기가 막힌다. 이러한 내용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한 청와대 대변인을 일부 야당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한다고 한다. 황당하다. 법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대통령 기록물 제정 취지는 국가 운영에 필요한 중요한 자료들을 기록으로 남겨 다음 정부의 국가 운영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정보는 정확하게 기록되어야 하고 그 기록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발표하지 못할 기록을, 감추고 싶은 기록을 꼭꼭 쌓아두려고 만든 기록물이라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마땅히 폐기 처분해야 할 것이다. 모든 공공데이터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활용되어야 한다. 데이터로부터 지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목전에 둔 우리의 선택이다. 기록은 공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감춘다면 숨긴다면 그것은 기록이 아니다. 법에 문제가 있다면 취지에 맞추어 법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두렵지 않다면 부끄럽지 않다면 왜 감추려고 하는가? 공공의 정보는 모두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상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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