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체육회 채용 비리, 어떻게 알려졌나
천안시체육회 채용 비리, 어떻게 알려졌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7.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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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씨, H씨 과장직 채용에 `불만 표출' 소문 확산

체육회, 소문확산 우려… P씨에 과장직 보직 제공

이후 정치자금 제공 소문· 황당 인사 등 일파만파
속보=천안시체육회(회장 구본영 천안시장, 이하 체육회)의 채용 비리 의혹(본보 6월 13·15일자 10면, 6월 29일·7월 18일·20일자 16면 보도)은 당사자 중 1명인 P씨(49·현 체육회 훈련과장)의 입에서 직접 불거져 나왔다. 인사에 불만을 품은 P씨가 주변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큰돈(정치 자금)을 갖다 바친 나를 홀대한다'며 구본영 시장의 선거캠프에 돈을 갖다줬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이 소문의 `출발점'이 됐다.

체육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6년 1월 입사한 P씨는 올해 3월 초 H씨(38·현 체육회 생활체육과장)가 운영지원과장으로 입사할 것이라는 얘기를 동료로부터 들었다. 체육회에 H씨가 이미 `낙하산'으로 점찍혀 과장으로 입사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던 때였다. (실제 H씨는 3월 27일 5대1 경쟁률의 전형에 응시해 31일 최종 합격했다.)

P씨는 이때 강하게 불만을 터뜨리며 이의를 제기했다. 자신에 비해 나이가 적고 경력도 짧다고 생각한 H씨가 자신보다 높은 직급인 `과장'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당시 P씨는 과장보다 한 등급 아래인 팀장으로 입사해 재직 중이었다.

직속상관인 사무국장에게 불만을 얘기했으나 (자신에 대한 처우 개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변에 “나는 시장에게 `보따리로 돈을 갖다줬는데 이렇게 홀대를 받고있다”며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공공연히 밝혔다. 체육회 관계자 A씨는 “P씨가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500만 원씩 모두 3000만 원을 구본영 시장 후보자의 선거캠프에 갖다줬다'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당시 근무시간 중이었으며 사무실 밖 휴게공간에서 그런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씨는 “P씨가 말한 내용이 체육계에 소문으로 퍼지자 어느 날 임동규 체육회상임부회장이 과장 자리를 1석 더 늘려 P씨를 달래는 묘안(?)을 냈다”며 “당시 임 부회장이 직접 P씨에게 `너도 과장하면 될 것 아니냐. 과장 해'라고 말했으며, 이후부터 P씨가 불만을 접고 더 이상 정치 자금 얘기를 하지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P씨는 H씨가 입사한 4월 3일 직후 신설된 훈련과의 과장 보직과 명패를 받고 현재 근무 중이다. 체육회가 현직 시장에게 치명상이 될 정치자금 제공 소문을 입막음하려고 이사회의 승인 절차도 밟지 않고 허울뿐인 과장 자리를 `뚝딱' 만들어 준 것이다.

정치 자금을 줬다는 사실을 퍼뜨려 `직책 상승'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P씨. 그러나 그의 `경박한' 입은 구본영 시장과 관계 공무원, 체육회 직원 등이 연루된 채용비리 의혹이 세간에 알려지도록 하는 일등공신이 됐다.

/천안 이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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