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등지고 외유 떠난 충북도의원들의 파렴치
수해 등지고 외유 떠난 충북도의원들의 파렴치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7.2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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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지난 16일 새벽 3시쯤, 장대비가 쏟아지는 소리에 잠을 깼다. 밖을 나가보니 비가 오는 것이 아니라 마치 폭포 밑에 서 있는 느낌이다. 비가 무섭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집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이상은 없어 들어 왔으나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다가 6시쯤에 다시 마당에 나가보니 마당에 물이 넘쳐 집안으로 밀려들어오기 일보 직전이었다. 도로에 있는 우수관로에 물이 넘치자 마당의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역류한 것이다. 삽을 들고 수로를 내보려했으나 물꼬를 깊이 파야하는 작업이라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옆 마을에 사는 친구에게 긴급구호를 청했다. 잠을 깬 친구가 포크레인을 가져와 물꼬를 터줘 집안의 침수는 면했다. 잠시 안도하는 사이에 마당의 축대 경사면이 순식간에 쓸려 내렸다. 그리고 동네를 둘러싸고 있는 뒷산의 경사면 여러 곳이 흘러내리고 콘크리트 수로가 깨져 곧 집들을 덮칠 것 같은 험악한 피해가 발생했다. 모두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날 새벽부터 청주에 내린 비는 시간당 90㎜가 넘는 폭우였다. 하루 강수량은 289.7mm를 기록했는데 청주에 하루 200㎜ 이상의 비가 내린 것은 7월 기상관측 사상 처음이었고, 293㎜의 강우량을 기록한 1995년 8월 이후 22년만이었다. 22년만의 폭우라는 통계수치와는 다르게 동네노인들은 칠, 팔십 평생에 처음 보는 비였다고 혀를 내두른다.

이번 수해로 7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피해액도 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완전한 조사가 끝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요일부터 청주시 공무원들은 피해지역을 찾아다니며 피해조사와 응급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고, 피해를 입지 않은 시민들과 타 도시에서 온 자원봉사들도 피해가구와 농가 등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 작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몇 십 년 만에 겪는 자연재난 앞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는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위원장 김학철) 소속 의원 4명이 18일부터 27일까지 8박10일의 일정으로 이탈리아, 파리 등을 돌아보는 해외연수를 떠난 것이다. 김학철 의원(자유한국당, 충주), 박봉순 의원(자유한국당, 청주 가경·강서1동), 박한범 의원(자유한국당, 옥천), 최병윤 의원(더불어민주당, 음성)이 그들인데, 같은 행정문화위원회 소속인 연철흠 의원(더불어민주당, 청주 강서2·봉명1·2·송정·운천·신봉동)은 불참했고, 이언구 의원(자유한국당, 충주)은 인천공항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경비는 의원 1인당 도비 500만원이 지원되었고, 자부담으로 낸 돈은 55만원이라고 한다. 해외연수는 오래전에 계획된 일이고, 갑작스럽게 취소하게 되면 위약금을 물어야한다. 그렇다하더라도 도민들이 수십 년 만의 자연재해를 당하고 있는데 관광성 해외연수라니, 그것도 청주에서 피해가 가장 심한 가경, 강서동 지역구 의원이 버젓이 떠난 것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더 기막힌 일은 그들이 떠난 시점이 충북도의회가 중앙정부에 청주시를 포함한 도내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직후라니 말이다. 도대체 도의회에는 지휘체계가 있는지, 각 정당의 도당들은 도의원의 행동하나 견제하지 못하는 것인지 경비를 댄 충청북도는 제 정신인지 참 한심하다. 그들은 도의원의 자격이 없다. 그런 자들에게 도민이 낸 세금으로 연간 오천만원이 넘는 의정활동비를 지급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당당한(?) 김학철 의원은 자신을 비난하는 국민을 레밍 쥐에 비유한 발언을 하여 하루 종일 포탈사이트 검색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마침 청주 수해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당 소속 도의원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지켜 볼 일이다.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일은 그들이 도민들에게 사죄하고 도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외유의원이 속한 정당들이 그들을 제명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길만이 상처받은 도민들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주는 일이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더불어 민주당의 후속조치를 도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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