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집
제비집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7.19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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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이 윤 학

 

제비가 떠난 다음 날 시누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제비집을 헐었다. 흙가루와 함께 알 수 없는
제비가 품다 간 만큼의 먼지와 비듬,
보드랍게 가슴 털이 떨어진다. 제비는 어쩌면
떠나기 전에 집을 확인할지 모른다.
마음이 약한 제비는 상처를 생각하겠지.
전깃줄에 떼 지어 앉아 다수결을 정한 다음 날
버리는 것이 빼앗기는 것보다 어려운 줄 아는
제비떼가, 하늘 높이 까맣게 날아간다.

# 봄을 찾아온 제비가 어느덧 떠날 때가 되어갑니다. 처마밑에 둥지를 틀고, 새끼들을 낳고, 새끼들이 날개를 펴고 날 수 있게 되면 셋방도 비워줘야 합니다. 철새의 셋방살이도 보낸 시간만큼이나 추억이 가득하니 훌쩍 떠날 수 없을 겁니다. 미물도 그러할진대 폭우로 보금자리를 잃은 분들이 많습니다. 상심한 이웃들에 위로의 손길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작지만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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