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우수저류조를 위한 변명
청주 우수저류조를 위한 변명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7.19 19: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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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22년 만의 폭우로 청주를 비롯한 충북지역 곳곳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단잠에 빠질 일요일 새벽부터 청주시내를 강타한 폭우로 시민들의 발이 묶였을 뿐만 아니라 경각에 달한 목숨을 구하기 위한 필사적인 탈출이 이어졌다.

이날 아침부터 취재에 나선 본보 취재기자들은 황망했다. 취재를 하기 위해 차량으로 돌아다닐 수가 없을 정도로 곳곳의 도로가 잠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폭우와 관련 중요한 논란거리가 제기됐다. 충북대 앞과 내덕동 옛 청주MBC 앞 도로 등에 설치된 우수저류시설의 효용성 논란이다.

이 논란은 공교롭게도 청주시가 SNS에서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작성한 글 때문에 폭발력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수저류시설이 제 역할을 다했으면 좋겠지만, 이번 폭우는 시설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시간당 80mm의 강수량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이날 강우는 시간당 최고 91.8mm에 달했다.

또 한 가지는 이날 우수저류시설에 물이 가득 차기 전에 물을 다른 곳을 빼낼 수는 없었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다.

그러나 만일 충북대 앞 우수저류시설에 찬 물을 뺐다면 하복대 일대를 물난리로 만든 석남천 범람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기서 한 발짝 비켜서서 생각할 대목이 있다.

만일 청주에 우수저류시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것이다. 충북대 앞이나 옛 MBC 앞 도로는 이날 폭우로 어른 허리춤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하는데, 이 시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것이다.

그나마 이 시설이 있었기 때문에 피해가 이 정도로 약화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이유가 된다.

특히 이 우수저류시설을 지을 때를 떠올려 보자. 지난 2013년에는 우수저류시설을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로 심각한 갈등이 빚어졌다. 당시 기사를 보면 `단 한 번도 불편함을 못 느꼈는데 왜 혈세를 낭비하냐', `상권을 파괴할 것이다', `내덕동이 상습 침수구역이 아닌데 허위자료를 작성했다'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따라 우수저류시설을 만들지 않았다면, 내덕동 일대는 이번에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우수저류시설에 대한 논란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문제가 청주시민의 자존심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청주시의 재해예방 및 복구 대책에서 잘못한 것이 없을 수 없을 테고, 이런 문제는 반드시 짚어서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수저류시설에 대한 논란은 청주시와 시민 간의 불신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어떤 재해대책도 무용지물 아니냐는 자괴감을 불러올 수 있다. 이게 더 큰 문제가 된다.

오해는 빨리 풀어야 한다. 그리고 합심해서 피해를 복구하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 과도한 불신은 시민공동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복구가 모두 끝난 뒤 이 문제를 비롯해 재해대책을 두고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끝장 토론을 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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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좋아 2017-07-24 09: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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