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주의자로 산다는 것
원칙주의자로 산다는 것
  • 변수연<청주시 청원구 세무과 주무관>
  • 승인 2017.07.1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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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변수연

`오베라는 남자'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절망에 빠져 고립된 채 살아가던 오베가 이웃의 사랑을 통해 고립에서 벗어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내용의 소설로, 가만히 읽고 있으면 그 따뜻함에 미소가 절로 번지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소설의 내용 중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오베가 왜 고독하고 절망에 빠져 있는가이다.

작가는 오베를 우직하고 성실한 인물로 묘사한다. 그 우직함이 지나쳐 자칫 독불장군처럼 비칠 수는 있지만, 다만 이것은 주인공을 바라보는 다른 등장인물의 시선일 뿐 사실 오베는 `원칙'에 충실한 인간일 뿐이다. 그렇지만 사회는 원칙에 충실한 주인공 오베에게 잦은 시련을 보낸다. 오베의 아버지는 착하고 성실해 법 없이도 살아갈 남자였다. 오베도 아버지를 쏙 빼닮아 착한 품성을 지닌 아이였다. 사람들은 그 부자(父子)를 보며 앞으로 고달픈 삶이 될 것이라며 걱정을 해준다. 이것은 비단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현실에서도 원칙주의자로 산다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세무과에 근무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바로 세율과 감면 적용이다. 농지인 토지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농지 외 토지를 취득하는 것보다 1%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데, 일부 납세자의 경우에는 담당자가 적용한 세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물론 정당하고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대화를 통해 제기된 이의에 따라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지만,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원칙을 벗어난 요구를 하는 민원도 종종 있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는 지방세법에 명시된 대로 원칙을 지키고자 하지만 원칙에서 벗어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민원 때문에 폭언을 듣는 상황이 왕왕 벌어진다. 담당자의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로 불미스러운 상황은 벗어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당연한 원칙 하나 지키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

원칙, 원칙이란 무엇인가? 원칙에는 규칙이나 법칙이 포함되는데, 사전적 의미를 보자면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라고 정의한다. 원칙은 인간이 집단을 만들고 사회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삶을 위해 사회구성원들은 일정한 약속을 한다. 이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목적이지만, 궁극적으로 구성원인 자기 자신을 타인의 방종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의도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타인이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동체와 개인의 안전을 위해 기껏 만들어 놓은 원칙을 천대하고, 착하고 법이 없이도 살 사람에게는 삶이 고달프다고 걱정을 해주고 있지는 않는지?

너무 당연한 것을 `바보'라고 여기는 사회, 너무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성실한 원칙주의자들은 고달프고,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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