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에게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에게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7.1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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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동네 아줌마들이 뿔이 났다. 화가 나도 단단히 났다.

 `조리사들은 급식소에서 밥이나 하는 그냥 동네 아줌마들인데 그런 그들이 왜 정규직이 되어야 하느냐'라는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경기 광명을, 재선 국회의원)의 모 언론사 기자와 통화 중에 한 말이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같은 여성 국회의원으로부터 `그냥 밥이나 하고 사는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비하되고 매도되었으니 어찌 아니 그러랴.

이 의원의 공식사과와 해명에도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건 평소 그의 밥에 대한 인식과 동네 아줌마를 얕잡아보는 시각 때문이다. 이에 상처를 입은 학교급식 조리사들은 물론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들까지 들고일어나 격하게 항의하고 있고, 급기야 여성단체와 민노총이 나서서 이 의원의 제명과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밥은 생명의 양식이며 생존 자체이다. 고로 밥은 지위고하나 유전무전을 막론하고 신성하고 소중한 것이다.

 `밥이나 하는' 말은 밥을 모독하고 폄하하는 상스러운 말이다.

양식이 떨어져 며칠 굶어본 사람들은 밥 한 그릇이 얼마나 위대하고 가치 있는지를 안다. 밥이 곧 목숨이고 희망이라는 걸.

하지만 풍요를 누리고 사는 금수저들은 이런 밥의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어머니를 엄마로 부르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호칭은 나이테의 적고 많음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소녀·처녀·아줌마·할머니가 바로 그것이다.

그 중 결혼한 여자, 아직은 늙지 않은 여자를 아줌마라 통칭한다.

그렇다. 아줌마는 한 남자의 아내이고, 자녀들의 어머니이고, 부모의 딸이자 며느리들이다.

전업주부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그들은 모두 원더우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성스럽게 밥을 지어 남편과 자식들 먹이고, 남편 출근시키고 자식들 학교 보내고, 잡다한 집안일 건사하는 이가 바로 이 땅의 아줌마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억척스럽게 살림해 가세를 확장시키고 가문을 번성케 하는 이가 바로 그들이다.

자신의 안위보다 가족의 안위를 우선하는 아줌마들이 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고, 오늘의 우리가 존재한다.

그런 동네 아줌마들이 있어 동네가 돌아가고 나라가 돌아간다.

어디 그뿐이던가?

아줌마부대라고 불리는 동네 아줌마들의 투표 여하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의 당락이 결정되기도 한다.

아줌마들 눈 밖에 나면 될 것도 안 되고, 아줌마들 눈에 들면 안 될 것도 되는 아줌마 세상이다.

헌신하고 희생하는 엄마들의 또 다른 이름도 바로 아줌마이다.

아줌마의 대척점에 있는 `아저씨'와 비교해 보면 아줌마들의 힘과 위세를 알 수 있을 터.

그렇다. 그들은 자식의 교육을 위해, 남편의 안정적 활동을 위해, 부모님의 노후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세상을 이끌어가는 참으로 존귀한 존재이다. 더 이상 밥만 하는 동네 아줌마들이 아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억척스러운 이미지와 수다를 과대 포장해 비하하기도 하지만 아줌마들이 뭉치면 못할게 없는 세상이다. 누가 뭐래도 이 땅의 참주인은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다.

그러므로 동네 아줌마들이 행복해야, 보람차야 공동체가 행복을 구가할 수 있다.

하니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여 힘내시라. 더욱 당당하게 멋지게 지축을 흔들며 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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