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될 수 있어
뭐든 될 수 있어
  • 이헌경<진천여중 사서교사>
  • 승인 2017.07.1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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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이헌경

비가 내린 이른 아침이면 나무가 내뿜는 수증기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멋진 마을이 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괴산의 `미루마을'이다. 이 마을이 우리의 마음과 발걸음은 이끄는 것은 비단 풍경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마을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가진 힘과 문화이다.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한 `여우 숲'은 그림 같은 전경은 덤이요, 마음을 채워주는 인문학 강연과 자연 속에서의 하룻밤을 제공한다. 오솔길을 따라 마을을 천천히 걷다 보면 빵을 굽는 집, 책을 파는 집, 발효 음료를 만드는 집, 텃밭에서 자란 야채들로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집 등 주황색 지붕 아래 서로 다른 듯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 사는 냄새를 한가득 맡을 수 있다.

작은 마을이지만 미루마을에는 `숲 속 작은 책방'이라는 서점이 있다. 그냥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두 인장이 살아가는 집이면서 동시에 두 주인장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책방 겸 북스테이 공간이다.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는 그림책 표지들이 그림 액자처럼 자리하고 있고, 책 속에서 만났던 캐릭터 인형들이 찾아오는 이들을 반긴다. 책방 주인장이 직접 고르고, 구성에 맞춰 배치한 책들과 공간을 보고 있자니 미술관, 박물관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예술적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제목을 훑어보다 어느새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처럼 깔깔 웃으며 그림책 한 권을 읽었다. 당장 아들에게 보여주고 같이 가지고 놀고 싶어졌다. 바로 삽화, 표지그림, 광고미술 등 다방면에 걸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뭐든 될 수 있어'이다. 아이들의 일상에서 충분히 있을, 분명 우리 아이도 여러 번 하였을 행동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 더욱 공감하며 충분히 즐기면서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빨래를 개는 엄마 옆에서 문제를 낼 테니 맞혀 보라는 나리. 집 안에 있는 도구와 자신의 몸과 표정으로 문제를 신나게 내어 보지만 엄마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나리는 최선을 다해 문제를 내지만 엄마는 무엇 하나 쉽게 맞출 수가 없다. 문제를 내다 결국 나리는 잠이 들어버렸지만 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건 뭘 흉내 낸 걸까.'라는 마지막 문장을 아이에게 읽어주니 “달팽이!”라는 답이 바로 나온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 아이에게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엄마 내가 문제 낼게 맞춰봐.” 아이는 금방 나리가 되었다.

책을 보자마자 나 역시 키득키득 웃으며 살펴보았고 아이에게 읽어주니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나리가 내는 첫 번째 문제부터 아이는 바로 맞추었다. 역시 아이끼리는 통하나 보다. 나리 엄마처럼 나 역시 “뭐지? 모르겠는데.”하며 책장을 넘긴 게 다수이었는데 말이다.

매일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우리 4살, 5살의 아이와 함께 `뭐든 될 수 있어'를 읽고 책 놀이를 해보자. 생각도 못했던 아이의 표현력에 감탄하고 때로는 이해하지 못할 문제에 의아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서로 알아가는 과정과 시간이 되지 않을까. 물론 나리의 엄마처럼 빨래를 개거나 설거지를 하면서 건성으로는 하지 말자. 문제를 내고 맞히어 보는 그 시간 동안은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자. 서로 진심으로 호흡하는 시간을 통해 제목 그대로 우리 아이는 `뭐든 될 수 있어'라는 자존감이 커져 `뭐든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까지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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