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선물
내 인생 최고의 선물
  • 백인혁<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7.07.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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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 백인혁

“인혁아! 오늘은 논에 가서 풀을 뽑자.” 하시는 아버지를 따라 논으로 가면서 “아버지 왜 저는 공부는 안 시키고 일만 하라고 하십니까? 다른 집 애들은 시험기간이 되면 하던 일도 그만두고 들어가서 공부해라 하던데요.” “아 우리가 가난해서 그런다. 대신 이번 추석에는 좋은 옷 한 벌 사 주마.”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옷 한 벌 선물해 주신다는 말씀에 저는 감지덕지하면서 아버지 일을 도와드렸던 생각이 납니다.

그렇지만 어릴 적에는 아버지가 우리에게 사주신 선물이라야 신발이 떨어지면 신발을 사주거나 혹 시장에 다녀오면서 눈깔사탕 한두 개 사다 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자라서인지 지금도 혹 남에게 선물을 받게 되면 도리어 제가 쑥스러워지고 남에게 선물을 할 경우가 되면 무엇을 선물 해야 할지 머리가 여간 복잡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 나는 무슨 선물을 받을 때 기분이 좋았는지 상대방은 나에게 무슨 선물을 해 주었는지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할 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면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를 사주면 되겠지만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고 그렇다고 선물을 안 할 수도 없는 난처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선물은 주는 사람의 소중한 마음이 들어가야 상대방이 감동합니다. 마음이 들어가지 않은 선물을 하면 곧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값싸고 시원찮은 선물이라도 주는 사람이 마음을 담아 준비하고 포장하며 거기다가 마음을 표현한 글까지 담아 보낸다면 상대방은 더욱 감동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고민을 하여 우리가 골라 보내는 선물이 무엇이었던가 생각해 본적이 있으신지요?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면 여러분이 받은 선물 중에 그래도 기억에 오래 남는 선물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받았을 선물이 꽃 아니면 현금 아니면 상대방이 좋아하는 옷가지 등이 있겠지요.

지금도 “우리 부모님에게 어떠한 선물을 받았지?”하면 아무 선물도 안 주신 것 같은 생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는 헤아릴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을 주셨음을 알게 됩니다. 그 첫 번째는 건강한 이 몸을 낳아 주신 것입니다. 늙어 죽는 날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지켜야 할 이 몸을 주셨으니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선물로는 부모님이 저에게 늘 주문처럼 외워주셨던 말씀 “착하게 살아야 한다.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라는 말씀입니다. 아마 대부분 부모의 자식에 대한 바람이요 당부이실 것입니다.

지금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착하게 사는 것이고 진실하게 사는 것이냐고 여쭤보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착하게 살고 누구에게나 어떤 경우에나 거짓말하지 않고 진실하게 살려고 참고 챙기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렇게 살면 좋은 일일 거라 막연히 생각하며 살았지만 그 말씀대로 살아보려는 노력의 결과는 실로 큰 결실로 나타났습니다.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살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며, 스스로 삶에 대한 떳떳함으로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고, 부족하지만 늘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산이 되어 주었습니다.

누구나 부모가 되면 어느 위치에 있든지 자식에게는 다 그런 당부를 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혹시 안 하는 분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착하게 살아라, 진실하게 살아라, 형제간에 우애하고 어른을 공경해라'하는 등의 노래를 많이 불러주었으면 합니다. 자식들이나 후손들에게도 귀하고 값진 인생 최고의 선물이 되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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