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다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다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7.07.1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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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 제보조작'사건과 관련, 지난 12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제보조작 사실을 공개하고 사과한 지 16일 만의 일이다.

안 전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제보 조작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는 일로,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모두 저의 한계이고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대선 후보였던 제게 있다.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면서도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겠다”며, 조작된 제보로 기자회견을 할 당시 자신은 뚜벅이 유세 중이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계 은퇴 및 제보 조작 인지 가능성을 전면 부정함으로써,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편 검찰은 안 전 대표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이날 새벽, 19대 대선 당시 이유미 씨가 제보 자료를 조작한 것을 알면서도 국민의당이 이를 공표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국민의당 영입 인재 1호인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구속했다. 이로써 “이유미 씨 단독범행”이라는 국민의당 자체 조사 결과가 설득력을 잃은 가운데, `이 전 최고위원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가 가속화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제보 조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유미 씨 및 이 전 최고위원 모두 안 전 대표가 영입한 측근들이란 점 때문에 이 전 최고위원을 넘어서는 국민의당 고위 인사들의 사건 개입 의혹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이유미 씨 단독범행'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부각시킴으로써, 이번 사건이 당과는 무관하다는 논리를 펴기보다는, 한 사람에 의해 당 전체가 놀아난 것에 대한 뼈를 깎는 자성을 통해, 당을 근본적으로 쇄신하는데 전념해야 한다. 안 전 대표 또한 이유미 씨가 조작한 제보를 가지고 기자회견을 할 때, 자신은 `뚜벅이 유세 중'이었다며 결백만을 주장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유미 씨와 공명선거추진단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이 전 최고위원을 인재 1호로 영입한 흐릿하고 뒤틀린 안목을 정화하는데 절치부심해도,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조금이나마 돌아올 수 있을까 말까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논어에 “可與言而不與之言失人(가여언이불여지언실인) 不可與言而與之言失言(불가여언이여지언실언) 知者不失人亦不失言(지자불실인역불실언)”이란 구절이 있다. 말을 해야 할 때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게 되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면 그 말을 잃게 되며, 아는 자는 사람도 말도 잃지 않는다는 가르침이다. 안 전 대표는 16일 동안이나 말을 해야 함에도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었고, 국민의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까닭에 존폐 위기에 몰렸다. 사람도 잃고, 말도 잃는 정치꾼이 당 대표를 맡거나, 대선 후보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국민이 옳고 그름을 정견 할 수 있는 혜안(慧眼)을 활짝 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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