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인생길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인생길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서원초 교감)
  • 승인 2017.07.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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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서원초 교감)

그를 보고 있노라면 참 안쓰럽고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난다. 뭐든 무지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데 그냥 쉽게 되는 일은 없다.

교직의 최고봉 문턱에 있지만 자의든 타의든 맞닥뜨린 고비를 힘겹게 넘어간다.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이 글을 쓴다.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그가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길 바라며.



# 사연 많은 힘든 인생길

그는 군인의 길을 가고자 초등학교부터 준비했다. 80년대 명문고에 들어가 내신성적은 신경 쓰지 않고 사관학교 시험만을 목표로 달려갔다. 고3 때 갑자기 사관학교 전형에 내신이 반영되면서 꿈을 접어야 했다. 1주일을 방황하다 차선책으로 모두 가고 싶어 하는 S대에 가는 것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학력고사를 치고 가채점 결과 충분했다.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편안하게 놀러다니다 시험성적 발표 날 학교에서 멍한 충격을 받았다. 마지막 과목 시험에서 표기를 잘못해 채점이 되지 않아 성적은 S대를 가지 못할 수준이었다.

맨붕 상태의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고 다니던 교회에서 눈물만 흘렸다. 가정형편상 재수는 불가능했고 고민 끝에 교사의 길을 가기로 하고 멀리 길을 떠났다. 대학생활은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수배와 진로에 대한 고민 등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갔다. 그리고 대학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80년대 가장 급진적인 노동운동 단체에 들어가 헌신하다 노선 등의 갈등으로 탈퇴하고 도서관으로 들어간다. 1년 동안 도서관에서 책만 읽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갔다. 책 읽고 공부하는 그를 후배들은 변절자로 취급했다. 그는 혼자였다.

교직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참교육은 그의 삶의 지향이었고 철학이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마찰과 따돌림 등을 오롯이 혼자 받아내야 했다. 학교생활에 지친 그는 잠시 대학으로 한눈을 팔았다. 모 사립대에서 교수초빙 절차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저녁 술자리가 이어졌다. 취한 그는 사립학교의 아픈 곳을 정면으로 제기했고 순간 술자리는 썰렁해졌다. 다음날 아침 교수초빙 절차는 없던 걸로 되었다.



# 회복탄력성(resilience)

그는 늘 일 중심, 직장중심으로 가정은 거의 돌보지 않은 나쁜 남자(?)였다. 그를 진보진영에서는 보수로, 보수진영에서는 진보로 여겨 평판은 그리 좋지 않았다. 평판에 초탈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의 그는 자신을 회색분자라 자책하기도 했다. 그래서 논어의 첫 문장을 그의 수첩에 써 주기도 했다.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삶의 고비마다 시험은 왔고 그는 소용돌이에서 힘들어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났다. 그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높은 사람 같다. 그는 집안의 막내로 부모와 형제 자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챙김을 받았다.

그의 회복탄력성의 원천은 어린 시절 받았던 지지와 관심, 사랑이다. 심리학자들은 어린 시절 사랑과 지지를 충분히 받은 사람은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한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어려움을 겪지 않은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남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은 어려움을 실망, 절망, 원망으로 대하지 않는다. 어려움 속에서도 잘 될 것이라는 믿음과 용기, 유연성,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요즘 또 하나의 실패의 늪 속에서 충격을 받고 허우적대고 있다. 당분간 그는 많이 힘들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툭툭 털고 씨익 웃으며 다시 일어날 것이다.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그가 다시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50줄이 넘은 그와 나의 인생이 좀 순탄하면 좋겠다. 나이 들수록 회복탄력성이 약해지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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