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의 시대, 협치가 없다
협치의 시대, 협치가 없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7.07.11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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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올해의 화두는 `협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야를 불문하고 `협치가 시대정신'이라며 모든 정부 정책에 협치를 부여하고 있다. 정치뿐 아니라 교육계도 협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니 협치가 대세인가 보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취임 3주년을 맞아`충북교육, 협치의 시대'를 선언했다.

김 교육감은 취임사에서“21세기를 열어가는 최고의 열쇠는 협치를 통한 미래교육 비전의 확립”이라며“충북교육이 소통, 협력, 상생의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교육가족과 도민의 지혜를 모아 함께 행복한 교육을 만들어가겠다”고 피력했다.

사회 곳곳에서 잘 살아 보자며 협치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협치를 하는 방법에는 미숙함을 보이고 있다.

협치를 하자면서 정치권은 매일 보이콧을 외치고 있고, 교육계도 비정규직과의 정쟁이 여전하다.

최근 청주대 구성원의 모습을 보면 협치의 부재를 느낄 수 있다.

한수이남 가장 오래된 청주대는 3년 연속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돼 위기에 봉착했지만 구성원들의 위기의식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교육부에 제출할 구조개혁평가 이행실적 보고서 제출을 앞둔 시점에 이 대학 노조 간부 12명은 지난달 베트남으로 하계 연수를 다녀온 데 이어 교직원 산악회 10여명도 교육부 실사가 다음 주 예정됐지만 역시 해외를 갔다 왔다. 이들 외에도 여러 팀이 해외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이 대학 안팎에서 들려오는 것을 보면 비상시국인지 눈치 챌 수가 없다.

비상시국에 외국 가는 시기를 조정할 수 없었냐는 질문에 이 대학 모 교수는 “등산을 간다고 애교심이 없고, 등산을 안 간다고 애교심이 있는 게 아니다. 지역에서 너무 청주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며 항변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차를 쓰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위기의식조차 없는 구성원의 모습이 낯설다.

지난해 8월 파산한 우림건설은 올해 3월 7일 재개했다. 영업을 재개한 지 넉 달이 됐지만 워낙 짧은 시간에 다시 일어섰기 때문에 우림건설이 파산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재기에 성공한 바탕에는 노동조합의 힘이 컸다.

이 회사는 2009년 워크아웃, 2012년부터는 기업회생절차를 거치면서 많은 직원이 구조조정을 당했다. 회사와 직원 모두를 살리자며 현재의 표연수 대표를 위원장으로 내세워 노조를 설립했지만 결국 파산했다. 파산 이후 16명의 노조원은 퇴직연금을 모으고, 외부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돈으로 공매로 나온 브랜드 `우림필유' 지적재산권과 매출채권을 인수했다. 직원 모두가 투자금을 대고, 회사를 살린 주주이자 대표가 됐다. 노조가 일으킨 건설사 우림건설은 카자흐스탄에서 진행하던 고급주택 건설사업도 수주해 순항 중이다. 우림 건설의 목표는 파산으로 회사를 떠났던 직원들을 다시 부르는 것이다. 1990년대 잘 나갔던 벽산건설과 성원건설이 역사 속에서 사라진 것과 달리 우림건설은 노조와 함께 직원들이 힘을 다하면 쓰러진 회사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한 손으로 손뼉을 쳐서는 제아무리 빠르게 칠지라도 소리가 나지 않는 법이다. 잘 다스려지는 나라에서는 군주는 북채와 같고 신하는 북과 같으며 신하의 재능은 마차와 같고 군주의 임무는 마차를 끄는 말과 같다고 했다. 각각의 직분을 다하면서 서로 협조해야 나라도, 대학도, 기업도 제대로 돌아간다. 협치를 말하면서도 직분으로 누리는 권한만 행사하고 싶은 이들을 꼬집고 싶어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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