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의 미학과 청주시
합창의 미학과 청주시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7.07.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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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인간의 목소리는 조물주가 준 천혜의 악기다. 하여 사람들은 음색과 톤이 다른 저마다의 악기를 하나씩 가지고 산다. 돈도 안 내고 무시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그러나 그 좋은 악기도 남을 욕하거나 모함하는 데 쓰면 자신과 공동체를 피폐케 하는 악기(惡器)가 된다. 정제되지 않은 관악기나 타악기 소리처럼.

그렇다. 인간의 입에서 고운 노래가 나올 때 비로소 악기가 되는 것이다.

슬플 때 위안이 되고, 쓸쓸할 때 친구가 되어 주고, 기쁠 때 기쁨을 배가시켜주는 노래, 그 노래를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누구에게나 있다는 건 참으로 큰 축복이다.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행복해지는 노래가 있어 인생은 힘들어도 견딜만한 게 아니던가?

노래는 한 사람이 부르면 독창이 되고, 각 성부를 한 사람씩 맡아서 부르면 중창이 되고, 다성악곡의 각 성부를 각각 두 사람 이상이 맡아서 부르면 합창이 된다.

독창도 중창도 멋지고 아름답지만, 합창에 유독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은 그 속에 화음이라는 인내와 절제와 배려와 조화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융복합 되어 독창이나 중창에서 느끼지 못하는 웅장미와 장엄미를 선사하니 당연지사다.

무리지어 핀 꽃들과 꽃밭이 훨씬 아름답고 화려하듯이.

각설하고 그리스어로 코로스(C horos) 라틴어로 코루스(Chorus)라 불리는 합창은 소리의 성질에 따라 크게 어린이합창ㆍ남성합창·여성합창·혼성합창으로 나뉜다.

합창의 가장 표준적인 형태는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의 혼성4부합창이나 동성인 경우는 테너 2부와 베이스 2부로 편성되는 남성4부합창과 소프라노·메조소프라노·알토로 편성되는 여성3부합창 등이 있다. 합창은 악보와 반주자와 지휘자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전천후예술이고, 남녀노소 차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예술장르이며, 건강에도 좋고 소통에도 좋은 생활예술이다.

그 전형을 보여준 감동적인 합창공연이 지난 7월 6일 청주아트홀에서 펼쳐졌다.

`합창 그리고 새로움 Ⅱ'라는 슬로건을 내건 청주시립합창단(상임지휘자 공기태)의 제49회 정기연주회가 바로 그 무대였다.

청주시립합창단은 아카펠라라 불리는 무반주 현대합창 5곡과 영화 속 OST음악 4곡을 선사했는데 프로합창단답게 멋진 사운드와 하모니를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각 성부마다 계단에 질서정연하게 도열하여 엄숙하게 노래하던 오랜 관행을 깨고 합창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보는 재미를 더했고, 영상을 무대에 띄워 OST음악의 공명을 배가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충북여성합창단(지휘 박영진), 비바남성합창단(지휘 배하순), 청주레이디싱어즈(지휘 강진모), 그랜드합창단(지휘 이준식)을 초청해 만석을 이룬 기획도 돋보였고, 특히 이들 4개 합창단원과 청주시립합창단원이 함께 무대에 오른 연합합창은 압권이었다.

규모의 경제처럼 문화예술도 규모화하면 시너지가 커진다는 명제를 확인시켜준 의미 있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합창은 요즘같이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소통의 다리가 되고, 외딴섬처럼 사는 현대인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로 기능하고 있다. 더욱이 돈이 없어 악기를 살 수 없는 사람들도 쉽게 음악을 향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협동심과 배려심도 함양시켜주는 길라잡이 역할도 해 확장성이 증대되고 있다.

학교마다, 마을마다, 직장마다, 종교마다, 모임마다 합창단을 조직해 합창을 생활화하면 그곳이 바로 지상낙원이 된다.

시민 60% 이상이 이런저런 합창단에 가입해 행복을 구가하는 합창의 성지가 청주였으면 한다.

청주시민의 날이든, 광복절이든 청주종합운동장에 모여 밤새 합창페스티벌을 여는 청주시.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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