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자리 나눠 먹기 없어져야
충북도의회 자리 나눠 먹기 없어져야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 승인 2017.07.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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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충북도의회가 지난 4일 임시회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몫의 부의장과 정책복지위원장, 산업경제위원장을 새로 뽑았다. 장선배 부의장, 이광희 정책복지위원장, 황규철 산업경제위원장이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의장에게 일괄 사임계를 낸 데 따른 것이다.

후임 부의장과 상임위원장도 곧바로 결정됐다.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후임을 결정한 뒤 본회의 투표를 거쳐 김인수 의원을 부의장으로 뽑혔다. 정책복지위원장은 김영주 의원, 산업경제위원장은 이의영 의원으로 결정됐다. 본회의 투표에 앞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전형적인 `자리 나눠 먹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회무 한국당 원내대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자리 나눠 먹기의 정당을 부각하고 있지만 도의회 격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투표에서는 한국당 의원들도 다수가 찬성표를 던져 민주당에 동조했다. 결과적으로 한국당도 민주당의 `임기 쪼개기'를 묵인한 셈이 됐다.

지방의회의 이런 의장단 임기 나눠 먹기는 현행 법규정을 교묘히 악용한 것이다. 지방자치법(제48조)은 광역의회는 의장 1명과 부의장 2명을, 기초의회는 의장과 부의장 각 1명을 무기명 투표로 뽑고 각각 임기를 2년으로 정하고 있다.

임기를 2년으로 하고 있어 4년 임기의 지방의회 의원들은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의장단을 구성한다. 이 법 제53조는 의장이나 부의장이 궐위(闕位)되면 보궐선거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장이나 부의장 등이 2년 안에 `개인 사정'을 이유로 사퇴서를 내면 다시 선거를 할 수밖에 없다. 의원들이 담합해 1년씩 자리 나눠 먹기를 하더라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장선배 전 부의장은 사임계를 낸 이유에 대해 “의회 전반기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모든 자리를 차지해 민주당 몫은 없었다”면서 “후반기 들어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1년씩 하는 것으로 의원들끼리 합의했었다”고 말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5일 “조례를 준수해야 할 의원들이 자기 논리에 빠져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도민 사죄도 촉구했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의장단 자리에 혈안인 것은 그 권한과 혜택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은 의사 정리권, 질서유지권, 의회사무 처리와 지휘·감독권, 단체장과 공무원 출석요구 등 엄청난 권한을 가진다.

광역의회 시·도 의장은 매월 420만원 씩 연간 504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받는다. 부의장은 연간 2520만원, 상임위원장은 연간 1560만원까지 지원된다.

임기 쪼개기는 국회는 물론 광역·기초의회 할 것 없이 종종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조례를 준수해야 할 의회에서 법 규정을 교묘히 악용하는 행위는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임기 나눠 먹기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집행부 견제 기능에도 지장을 준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행위이기도 하다.

눈총을 감수하면서도 의원들이 자리 나눠 먹기를 하는 것은 지방선거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의원 타이틀보다는 상임위원장 명함을 갖고 출마하는 게 낫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도의회는 도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지 친목모임이 아니다. 도민을 의식하지 않고 자리 나눠 먹기를 하는 것은 뽑아 준 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이 평가할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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