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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기<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7.07.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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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존재의 목적이자 최고선은 행복 Eudiaimonia”이라고 하였다. 계몽주의시대 대표적 공리학자인 제러미벤담도 “가장 좋은 사회란 시민이 가장 많은 행복을 느끼는 사회이며 가장 좋은 국가정책이란 국민에게 최고의 행복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렇듯 행복은 개인 삶의 근본이며 국가 존재의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국가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며 이 근본적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UN은 매년 3월에 전 세계 155개국의 행복지수를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2014년 41위, 2015년 47위, 2016년 58위였으며 2017년에는 55위로 나타나 매년 행복지수 순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 정부의 국정목표가 `국민행복시대'였다는 것을 상기해 볼 때 실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많은 연구자나 정치가들은 경제성장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하면서 경제가 성장하기만 하면 국민의 행복은 자동으로 올라간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1950년 이후로 무려 3만 배 이상 전 세계의 부가 증가하였지만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매년 제자리거나 하락하는 추세이다..

경제학에 `최후통첩게임'이라는 실험이 있다. 연구 피험자들은 먼저 제안자와 수용자로 나누고 제안자들에게는 일정한 돈이 지급된다. 그러면 제안자는 이 돈을 수용자와 어떻게 나눌지를 결정하고 그 금액을 알려준다. 만약 수용자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 각자 나눈 돈을 갖게 되고 거절하면 둘 다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 한 번만 하면 끝나는 게임으로 다시 할 수는 없다. 두 사람 다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면 제안자는 되도록 적은 금액을 주려고 할 것이고 수용자는 적은 돈이라도 받는 것이 아무것도 받지 않는 것보다 유리할 것이다. 연구결과는 이랬다. 보통 제안자는 자신이 받은 돈의 40~50%를 제안했고 수용자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제안자가 20% 이하로 제안했을 경우 수용자 대부분은 자신이 받을 돈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제안을 거부했다. 왜 그럴까? 20% 이하일 경우 수용자는 그 금액이 부당하다고 느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제안된 돈을 거부하여 제안자를 응징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본능적 공정성의 기저가 발동된 것이다.

사람들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고 한다. 경제적 성장보다 `공정한 경쟁과 공정한 분배'가 행복에 더 중요한 요소이다. 많은 정치가들이 실기하는 것이 이것이다. 외교도 안보도 마찬가지다. 공정성이 깨지고 불리한 규칙이 적용되면 갈등이 생기고 대립이 발생한다. 할 말은 하고 들을 말은 듣고, 줄 것을 주고받을 것을 받아야 한다. 공정한 사회 질서를 세우고 공정한 국제 질서를 만들어야만 국민이 행복해진다. 행복한 대한민국을 원한다면 돈보다 성장보다 먼저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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