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와 패스트푸드의 공포
햄버거와 패스트푸드의 공포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 승인 2017.07.09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고기패티가 덜 익은 햄버거를 먹은 어린아이가 햄버거병에 걸려 신장 90%가 손상돼 투석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햄버거를 비롯한 패스트푸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제 겨우 5살인 어린 피해자는 매일 열 시간 이상 투석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감염 경로가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덜 익은 고기패티를 먹었을 때 유발할 수는 있는 대장균에 의한 병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가족들은 지난 5일 햄버거 회사를 상대로 식품안전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지검에 고소했다. 추후 정확히 원인을 밝혀야겠지만 이 사건은 무심코 먹은 햄버거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몰고 갈 수 있음을 우리 모두에게 던져주었다.

지금까지 생소했던 햄버거병의 파괴력이 공포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패스트푸드로 대표되는 햄버거는 누구나 즐겨 먹는 간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편리함과 가격, 맛으로 경쟁하는 탓에 소비자들은 재료의 성분과 원산지를 따지는 데 소홀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저렴한 가격과 빠르고 가볍게 먹을 수 있어 즐겨 먹은 간식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패스트푸드 시장이 급속하게 커진 데에는 바쁜 현대사회가 한몫했다. `빨리빨리'라는 한국 특유의 성장드라마를 써온 개발 중심의 문화는 간편한 음식문화로 이어졌고, 맞벌이 시대를 맞이하면서 패스트푸드점의 활황을 가져왔다. 번화가를 중심으로 즐비하게 들어선 패스트푸드점의 숫자로도 우리의 음식문화 식패턴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패스트푸드 시장이 커질수록 식품 안전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았다. 편리한 만큼 우리의 몸에 끼치는 위해 요소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빠른 시간 안에 조리해야 하는 패스트푸드는 지방과 염분의 함유량이 많아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자주 섭취하게 되면 혈액의 운반이 20% 정도로 감소하게 되어 다양한 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병으로 거론되는 비만과 당뇨와 영양 결핍의 원인에 패스트푸드 위주의 식습관도 간과할 수 없다는 분석이고 보면 햄버거병은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자녀의 생명이 위협받으면서 패스트푸드점에 대한 식품안전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점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어 식품 관리나 위생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축산가공식품을 다루면서도 식품 사고에 관한 관리 메뉴얼이나 사고 후의 역학 조사를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의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문제가 된 햄버거 업체뿐 아니라 모든 패스트푸트 업체에 철저한 패티 및 식재료의 안전관리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그런 이유다.

햄버거병이 패스트푸드의 전체 문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사례를 통해 식품안전에 대한 관리방안이 강화돼야 한다.

안전이 위협받는 사회에서는 국가의 기강도 설 수 없다.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찾아내고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역학조사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