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 하나마나한 감사관 공모
충북도의 하나마나한 감사관 공모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7.07.0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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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충북도가 개방형 직위인 감사관 자리에 내부공무원을 또 임명했다.

개방형 직위 제도란 공직 사회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부처의 공무원이 아닌 외부인도 공직에 채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공무원조직 내부의 무사안일과 부정부패를 가려내고 치유해야 하는 감사관 직위야말로 외부인사를 영입해야 하는 개방형 직위에 가장 적합한 자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그런데 충북도는 일부 개방형 직위에는 형식적으로나 또는 생색내기로라도 외부인사를 영입해오는데 반해 어찌된 일인지 감사관만은 꼭 내부 공무원을 임용해왔다.

이런 현상은 청주시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내부 공무원을 감사관으로 임명할 바에는 차라리 내부 정기인사 때 인사를 하고 말일이지 개방형 감사관모집 공고를 내고 심사과정을 거쳐 임명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왜 거치는지 모를 일이다.

`충북도의 감사관(개방형 직위) 공개모집 공고'를 보면 감사관이 담당해야 할 업무로 (1) 본청, 사업소, 시·군, 행정감사 업무 총괄 (2) 공직기강 확립 및 비위사항 조사 처리 (3) 청렴도정 구현을 위한 부패방지 시책 추진 (4) 주요 건설공사 일상감사 및 기획 감사 (5)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감사 추진 (6) 현장 확인을 통한 대안제시로 도정이미지 제고 (7) 도민감사관제, 주민감사 청구제도 운영 등 열린 감사 추진이라고 되어 있다.

이 공고에 의하면 감사관의 업무는 눈을 부릅뜨고 공직내부를 살펴 비위와 부패방지를 위해 힘써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직위에 내부 공무원이 임용되면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내부 감싸기와 상명하복(上命下服) 식의 조직문화로 인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충북도는 이시종 지사가 재임한 민선 5기와 6기 동안 총 다섯 번 개방형 감사관을 공모했는데 결과는 모두 현직공무원을 임용했다.

감사하고는 별 관계없어 보이는 보직을 맡아온 공무원도 순환보직처럼 감사관에 임명됐고, 감사관을 맡은 공무원이 공로연수를 간다는 이유로 임기가 남았는데도 새로 감사관을 공모하는 일 등을 보면 충북도가 감사관이라는 직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사기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추상같은 영으로도 다스리기 힘들다는 공조직에서 단체장의 감사에 대한 인식이 이 지경이라면 그 조직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충북도나 청주시도 할 말은 있는 것 같다.

감사관은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한데 개방형 직위의 임기는 2년이고 길어야 5년까지밖에 임기를 보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보수도 많지 않아 외부에서 적합한 인재가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임기가 짧고 연봉상한액이 7천7백만 원 정도라면 외부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인재를 뽑기에 역부족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내부 공무원을 정기인사처럼 돌려 임명하는 것은 어떤 변명을 해도 구차할 뿐이다. 그것보다는 고위공직 한자리를 외부인사가 차지하면 내부의 승진기회가 줄어들어 공직사회 내부에 팽배해지는 인사적체에 대한 불만 해소가 주된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지금처럼 감사관을 공개모집하면서 내부 공무원을 인사발령 하듯 임명하는 것은 문제다. 제도를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적합한 인물을 찾아 나선다면 기간이나 처우에 관계없이 지역사회와 공정하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위해 봉사할 인재는 얼마든지 넘쳐난다.

지금 청주시나 충북도가 보여주는 감사관에 대한 내부 공무원의 돌려막기 임용은 뿌리 깊은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공직 내부의 정서와 자신의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직사회와 마찰을 빚지 않으려는 단체장들의 선심성 행정이 맞아떨어져 발생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팽배하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충북도는 지금이라도 감사관임용을 철회하고 재공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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