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심은 백합
거꾸로 심은 백합
  • 최종석 교사<괴산 목도고>
  • 승인 2017.07.0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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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최종석 교사

원예반 학생들이 교정에 백합을 화분에 심어서 기르고 있다. 3월에 백합 알뿌리를 사서 학생들에게 화분에 심어서 길러보라고 하였다. 몇개 화분에서 백합이 성장하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백합을 거꾸로 묻은 것이다. 물론 거꾸로 묻어도 싹이 옆으로 삐져나와서 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단한 생명력이다.

굴성이 있다. 호르몬의 불균등 분포 때문에 성장이 달라지는 것을 굴성이라고 하는데 거꾸로 심은 것은 굴지성과 관련이 있다. 줄기는 양성 굴지성이고 뿌리는 음성굴지성이다. 즉 줄기는 위쪽으로 자라는 것이고 뿌리는 아래쪽으로 자라는 것이다. 뿌리를 거꾸로 심었다고 하여서 이 원리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진화된 결과이다.

백합은 나리 속 식물 전체를 가리키며 가을에 심는 알뿌리로 북반구의 온대에 70~100종이 있다. 특히 동아시아에는 종류가 풍부하여 아름다운 꽃이 피는 것이 많다. 꽃은 5~6월에 줄기 끝에서 2~3송이씩 옆이나 아래를 향해 피며 보통 향기가 있지만, 품종에 따라서 향기가 없는 것도 있다. 학교에 있는 백합은 품종이 좀 늦는가보다 아직도 꽃이 피지 않았다. 거꾸로 심었던 백합도 잘 자라고 있다. 조금만 지나면 백합꽃이 활짝 학생들을 맞이할 것이다.

학교에 있는 품종은 아직 꽃이 피지 않고 준비하고 있다. 때로는 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미술 쪽에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이 백합을 예쁘게 그려서 책상에 놓고 간다. 왜 꽃이 핀 것을 그리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물어본다. 그냥 꽃이 피지 않는 것이 아름답다고 한다.

학교에 있는 백합을 관찰하여 보면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꽃이 위쪽에 4~5개 정도 피는 것이 있고 위쪽으로부터 잎이 나는 곁에 6~7개 나는 것이 있다. 확실한 차이가 있다. 기르는 백합 중에는 뿌리가 잘못되어서 죽은 것도 있다. 알뿌리로 되어 있는데 손상을 입은 것 같다. 또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그곳에서 더 잘 자라는 백합도 있다. 다른 화분이 백합이 살기에 적당한 것 같다. 옛날부터 세계 각지에서 진귀하게 여겨왔으며 개량하여 좋은 품종을 많이 길러냈다.

거꾸로 심은 백합도 다시 캐서 위치만 바꾸어 주면 잘 자란다. 거꾸로 있으므로 상당히 불편하고 어려움이 많지만, 생명력은 끝나지 않았다. 위쪽으로 줄기가 자라려고 노력하고 있다. 화분에 있는 백합을 보는 학생들의 관심이 켜지기 시작했다. 꽃이 피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아름다운 결과를 얻는다.

아름다운 꽃을 간절히 바라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꽃이 피지 않는 모습을 좋아하는 학생도 있다. 다양하다. 거꾸로 심은 알뿌리를 보면서 캐서 다시 심은 것이 백합에게는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방향만 바꾸어 주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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